미국이 내달 1일 발표할 연례 테러리즘 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잔류시키기로 확정함에 따라 해빙조짐이 보이던 북·미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제임스 루빈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내달 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마이크 쉬언 테러정책조정관의 기자회견형식으로 이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미관계는 1994년 제네바 핵합의 이후 한때 진전 움직임이 있었으나 ‘선(先)남북대화진전 후(後)북·미관계개선’ 입장을 견지한 과거 정권의 견제와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개발의도로 난항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포용정책을 내세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병행개선’ 방침과 금창리 핵사찰 협상이 타결 및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고위인사의 방미를 통한 고위급회담이 추진되는 등 급물살을 타왔었다. 그러나 최근 고위급회담 준비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줄 것을 회담성사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공전을 거듭했다.
미국은 준비회담과 지난달 열린 테러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과거 테러행위에 대한 입장표명과 향후 테러행위를 않겠다는 것을 문서로 보장할 것, 그리고 북한이 보호중인 적군파 추방 및 유엔의 테러방지관련 10여개의 협약가입 등을 요구했었다.
이에대해 북한은 “테러행위를 한 적이 없으나 테러행위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면서도 “적군파는 정치적 망명자로서 이를 보호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권한”이라며 반대했다. 특히 적군파 문제는 북일회담결과와도 맞물려 있어 미국이 집요하게 추방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내부에서는 한때 온건론도 제기됐으나 대북 강경론을 견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를 의식, 결국 테러지원국 명단에 잔류시켰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조치로 북·미고위급회담은 당분간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남북정상회담에 외교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북한의 형편상 북·미관계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마저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잘 풀릴 경우 경제난 해결의 절박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여 미국의 적극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북·미관계는 겉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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