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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현안 더 미룰 수 없다](4) 금융구조조정 못하면 다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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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현안 더 미룰 수 없다](4) 금융구조조정 못하면 다 망한다

입력
200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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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현대쇼크’를 바라보는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투신권 부실을 제대로 털어내지 못할 경우 제2의 경제위기를 자초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부실은 한국경제의 최대 ‘화약고’다. 시한폭탄과도 같다. 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를 낼 게 분명하다.

금융은 경제의 피와 같다. 피가 썩어 있거나 제대로 돌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한국경제가 바로 이 지경에 처해 있다. ‘썩은 핏덩이’가 경제의 동맥을 막고 있는 것이다. 심장의 기능도 비정상이다. 거대한 수술(금융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투신구조조정이 급선무다. 투신권 부실은 금융불안의 핵심이자 경제악순환의 시발점이다. 투신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자금이탈로 이어져 투신사 수탁고는 지난해 7월 257조원에서 현재는 167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투신사가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 하고 증시침체는 기업의 자금조달차질로 연결돼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투신문제가 97년 외환위기를 촉발했던 종금사 사태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신권 부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지난해말 각각 2조원과 1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지금은 한푼도 남아있지 않다. 대우부실채권 등으로 두 투신사의 올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5조4,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어 5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지원한다 해도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날지 알 수 없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경제전문가들은 과감하고 신속한 금융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공적자금 투입에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부실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혈세로 메우면 된다는 방식으로는 등을 돌린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들은 스스로 근본적인 변화 노력도 보이지 않은 채 부실이 생기면 언제든 정부에 손만 벌리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자신의 투자손실조차도 정부가 책임진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었다. 정운찬 서울대교수는 “가망성이 없는 부실기관은 원칙적으로 문을 닫게 하고 투자자도 투자의 책임을 지게 해야 공적자금을 최소화하고 금융구조조정도 성공을 거둘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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