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북한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 없다. 교황이 북녘땅을 찾아 대지에 입맞춤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교황의 방북이 실현된다면 분단이후 첫 남북 정상회담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역사적 상징성을 지닐 것이다.폐쇄사회 북한이 그리스도의 으뜸사제(司祭)에게 문을 열어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듣는 것은, 민족 모두에게도 더없이 밝은 복음이다. 동시에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대세를 알리는 세계적 이벤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방북이 성사될 것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교황 자신이 지난 3월 교황청을 국빈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방문을 제안했을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기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북한은 드러내놓은 가톨릭신자 4,000명 정도로 교황을 맞기에는 초라하고, 종교정책도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교황 방북에 앞선 평양 방문의사를 밝힌 것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 가톨릭교회를 대표하고 평양교구장을 겸임하는 대주교로서 교황 영접을 준비하고 마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미 북한과 상당한 수준의 접촉이 이뤄진 느낌도 든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이 교황 방북교섭을 기꺼이 수락, 교황을 초청하기를 강력하게 권고한다. 그것은 누구보다 북한 자신을 위해서다. 북한이 안팎으로 처한 어려움을 벗어나는데 가장 절실한 과제는 폐쇄와 고립을 떨치고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것이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이 국제적으로 평화의지를 인정받고, 대외개방과 협력의 길을 여는데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여러가지 고려를 제치고, 역사적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는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가 되기에 최적·최고의 위상을 갖고 있다.
교황은 78년 즉위직후 공산치하의 조국 폴란드를 찾아 화해와 평화의 씨를 뿌린 것을 시작으로 동구권의 평화적 체제혁명을 이끄는데 큰 몫을 다했다. 또 미국의 견제를 뿌리치고 쿠바를 방문하고 이란·이라크·리비아 등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그는 그리스 정교회·이슬람교 등과의 화해에 앞장섰으며, 중남미와 유고 등의 갈등과 분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데 힘쓴 이 시대 최고 권위의 평화 중재자다. 교황은 84년과 89년 두차례 한국방문 때를 비롯해 한반도 분단과 북한동포들의 사정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가톨릭 대희년인 올해 교황의 방북이 실현돼 이 땅에 화해와 구원의 기쁨이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북한의 열린 자세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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