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뜨·파에야 등 인기파종에서 추수까지, 한 톨을 생산해내기 위해 사람의 손길이 여든 여덟번이나 필요하다는 쌀. 우리 민족에겐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상징. 식생활의 서구화로 소비량이 해마다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쌀만큼 친근하고 소중한 음식은 없을 것이다.
그런 쌀이 요즘엔 주식(主食)뿐 아니라 부식(副食)으로도 한창 인기다. 음료 시장에는 쌀을 원료로 한 제품들이 판매순위 1, 2위를 달리고 있고, 우유나 요구르트, 소주와 스낵, 심지어 패스트푸드점의 피자와 햄버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형태의 ‘쌀식품’이 유행을 타듯 쏟아져나오고 있다.
우리 식탁도 유행을 따라 변신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루 한 끼라도 밥을 거르면 왠지 허전하다는 사람이 많지만, 쌀로 만드는 아이디어 요리는 밥도 섭취하고 별미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양식·일식·중식·한식·베이커리 등 분야별 전문 주방장들의 요리연구모임인 ‘서울 프라자호텔 조리연구개발팀’은 4월 마지막주의 연구주제를 ‘쌀’로 정해 다양한 쌀요리를 고안해냈다.
조리연구개발팀의 한형우팀장(양식 담당)은 “쌀은 다른 어떤 곡물보다도 한국인의 체질에 맞아 소화 흡수가 잘되고 영양도 풍부하다”며 “특별한 향미가 없이 담백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재료와 궁합을 맞춰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리연구팀의 도움말로 색다른 쌀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보자.
쌀의 종류와 응용 쌀은 성질이 찰지냐 아니냐에 따라 찹쌀과 멥쌀로 크게 구분한다. 또 유전적 성질에 따라 쌀의 낟알이 긴 인디카형(알랑미 계통)과 낟알이 짧은 자포니카형으로 나눈다.
자포니카형은 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북부, 브라질, 스페인,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되고 인디카형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및 미국 남부가 주생산지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만큼 담백한 맛이 특징인 쌀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전체 성분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소화되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포도당은 다시 우리 인체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된다.
쌀을 색다르게 변신시킬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다른 나라의 조리법을 활용하는 것. 치즈와 허브를 섞어 생쌀을 고슬고슬하게 익혀먹는 이탈리아의 ‘리조또’나 샤프란으로 노랗게 물들여 지은 밥에 각종 해산물을 곁들여 볶아내는 스페인의 ‘파에야’등 외국의 쌀요리를 시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조리연구팀은 배의 속에 쌀을 채워 익혀내는 영양배속밥, 쌀가루를 반죽해 튀긴 중국식 닭고기완자, 우유시럽에 밥알을 갈아넣은 쌀셔벗 등을 추천했다.
기초적인 쌀 조리법 쌀의 제맛을 잘 살리려면 우선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밥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 경우 적어도 밥을 짓기 30분전에 쌀을 물에 불려 쌀알에 수분이 충분히 흡수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 쌀을 씻는 첫물은 되도록 빨리 헹구어 버리는 것이 좋다. 쌀표면에 묻어 있는 쌀겨 냄새가 씻는 동안 쌀에 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쌀을 씻은 후에는 체에 밭쳐 물기를 완전히 빼두었다가 밥짓기 바로 전에 물을 넣어 밥을 한다. 밥물의 양은 쌀의 용량, 즉 부피의 1.2배 정도가 적당하고, 중량으로는 1.5배 정도가 알맞다.
도움말=프라자호텔 조리연구팀
■쌀가루 아몬드 닭완자 쌀가루 200g, 닭고기 250g, 아몬드 100g, 대추 30g, 잣 30g, 계란 1개, 청주1큰술, 소금 약간, 식용유, 사과소스(사과 반개, 꿀 1작은술, 소금 반작은술, 생과즙 1큰술, 청주 1작은술)/닭가슴살을 곱게 다진 뒤 청주와 소금, 계란, 쌀가루를 넣어 끈기 있게 반죽한다→기름에 살짝 튀겨낸 잣을 대추와 함께 곱게 다진 뒤 반죽에 섞어 치대면서 지름 2㎝ 크기로 완자를 빚는다→아몬드를 잘게 바숴 완자에 골고루 묻히고 160도의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겨낸 뒤 사과소스에 찍어먹는다.
■쌀 셔벗 쌀밥 300g, 우유 600g, 설탕 350g, 레몬주스 2개, 물 1ℓ/밥은 증기에 찌거나 물의 양을 적게 해 고두밥을 만든다→물과 설탕을 끓여 시럽을 만든 다음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다→따뜻하게 데운 우유와 쌀밥을 믹서에 넣어 곱게 간 뒤 체에 내린다→모든 재료를 섞어서 틀에 담고 냉동실에서 굳힌다.
■영양 배속밥 배 1개, 찹쌀 2큰술, 은행 5개, 밤 2개, 대추 2개, 팥 1/2큰술, 울타리콩 1/2큰술, 소금 약간/배를 깨끗이 씻어 배 속의 씨부분을 파낸다→한동안 물에 불린 찹쌀을 배 속에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은행, 밤, 대추, 팥, 울타리콩을 넣는다→위의 재료를 통째로 오븐에 넣어 익히거나 찜통에 넣어 15∼20분간 쪄낸다.
■흑미 돼지안심말이 돼지안심 120g, 흑미 45g, 백미 80g 청피망 1/5개, 홍피망 1/5개, 당근 1/5개, 관자살 1개, 작은 새우 2마리, 커리소스, 생크림·버터·식용유·토마토·로즈마리 약간/돼지안심의 심줄을 제거한 뒤 스테이크 망치로 두들겨서 얇게 편다→흑미와 백미를 섞어 밥(흑미밥)을 짓는다→피망, 당근을 굵게 다진 뒤 관자살과 새우를 섞어 프라이팬에 볶다가 흑미밥을 넣고계속 볶는다→볶음밥을 돼지 안심으로 김밥 말듯이 만 다음 한개씩 실로 묶고 프라이팬에 고기표면만 살짝 익혀 색을 낸 뒤 오븐에서 20분간 익힌다→브로콜리, 당근, 아스파라거스를 손질하여 삶은 후 냄비에 버터를 넣어 살짝 볶으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접시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고기말이를 가지런히 놓고 준비된 야채와 커리소스를 곁들인다.
■성게알 라이스 데리야끼 소고기 등심 40g, 밥 50g, 성게알 20g, 금귤 1개, 우엉 약간, 데리야끼 소스(간장 3큰술, 청주 3큰술, 맛술 1큰술, 설탕 1큰술반, 육수반컵)/밥은 얇게 편 다음 팬에 앞뒤 노릇노릇하게 지진 다음 가로 4㎝, 세로 8㎝ 크기로 잘라둔다→소고기 등심을 얇게 썰어서 소금, 후추로 간한 뒤 물기를 닦아내고 생성게알을 놓고 말이한다→프라이팬에 지져놓은 밥 사이에 성게알말이를 놓고 한번 더 굽는다→접시에 금귤을 잘라 장식하고 산우엉을 곁들여낸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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