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각에서 현대투자신탁증권의 부실문제 해결을 위한 정주영 그룹명예회장 일가의 사재출연론을 제기하는 것은 현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총수일가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 대주주의 책임경영이 먼저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비롯되고 있다.정부가 대주주가 있는 재벌투신사에 싼 금리로 1조원 이상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만큼 오너들이 부족분을 메우는 등 몸을 던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재출연론 배경
정부는 1조3,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현대투신의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선 대주주인 현대전자나 현대증권이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대투신의 제1대주주(지분 27.6%)인 현대전자와 2대주주인 현대증권(24.22%)이 주가 추락 등으로 자기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현투의 증자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전자의 경우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 현투에 대한 자금지원이 과거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 현대전자가 28일 국내외 투자자들의 동요를 의식하여, 현투에 돈을 넣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부관계자는 “재벌금융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은 특혜라는 여론의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명분없이 거액을 줄 수 없다”면서 “자금지원에 따른 타당한 명분제공을 위해선 대주주의 출자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총수일가의 십시일반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관계자들은 정명예회장 일가의 사재출연방식으로 현투의 증자시 발생하는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현투가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해소를 위해선 증자가 필요하지만, 현재론 국내외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발하는 현대
현대측은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정명예회장 등은 예금 또는 부동산을 처분하여 주력사에 출자형태로 사재를 출연해왔다”면서 “이를 현대투신에 출연하는 것은 책임경영 구현차원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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