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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이야기/우물안 한국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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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이야기/우물안 한국경마

입력
200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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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한국마사회의 한 임원이 ‘경마의 본고장’ 영국을 찾았을 때이다.때마침 열리고 있던 ‘엡솜(Epsom) 경마’대회장을 찾은 그는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의 어머니를 만났다.

엡솜경마는 영국왕실에서 주최하는 최고권위의 경마대회로 그녀는 경마광으로도 유명하다.

여왕의 어머니는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말은 몇마리나 가지고 있습니까.” 그는 자랑스럽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말은 없고 마사회가 1,400여마리의 말을 가지고 있습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녀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마는 ‘마주들이 자기 말을 훈련시켜 다른 말과 경주를 시키는 것’이 본질인데 한 기관이 그 많은 말들을 가지고 있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이어 ‘한국은 마사회에서 모든 말들을 보유하고 경주를 시킨다’는 상황을 납득시키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 ‘한 기관이 말을 다 갖고 있으면 서로 짜고 경마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만 나왔다. 한국은 93년 처음으로 개인마주제를 도입했다. 경마후진국인 러시아의 91년 보다 2년 늦은 것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전세계 120여개국 중 가장 늦은 축에 속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방일정에 따라 경마도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경마선진국에 속하는 일본의 경우 벌써 말의 수입제한과 관련해 서방국가들로부터 제소를 당하는 등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는 경마가 국가 5대 산업의 하나로 고용과 세수 등에서 큰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경마는 아직 일천한 셈이어서 국제적 압력이 직접 피부에 와닿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의 물결이 대세라는 점에서 한국경마도 이젠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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