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없는 장기성장을 약속했던 미국 ‘신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소비 및 투자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침체 늪에 빠졌던 아시아를 비롯, 유럽도 최근 발빠른 경제회복과 함께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했던 세계가 불과 2년만에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징후는 보다 분명해졌다. 27일 미 상무부와 노동부에 따르면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인 소비 지출은 1·4분기중 연 8.3% 증가해 1983년 2·4분기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척도로 주시되는 고용비용지수(ECI)도 1.4% 늘어나 10년래 가장 큰 폭 상승했다. 재고 감소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7.3%)보다 낮은 5.4%에 그쳤지만 실질적인 경제활동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6월이후 5차례 0.25%씩 금리를 인상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 감속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의미, 앞으로 보다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내달 16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폭을 0.5%포인트 이상으로 높이라는 주문이다.
유럽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와 내년 3.2%의 성장이 예상되는 유로지역은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 조짐과 함께 유로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이날 올들어 3번째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아시아 지역도 빠른 환란(換亂)극복으로 향후 2년간 6%대의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했던 과잉 유동성과 외자(外資) 유입이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진단이다.
유럽·아시아의 물가상승은 미국에게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경기는 ‘후퇴→ 수축’의 하강 국면에 돌입한다. 미 경제가 1991년 3월이후 시작됐던 확장세를 곧 접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관심은 하강의 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FRB가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주가 폭락, 달러 약세 전환, 국내 수요의 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내년에 침체(경착륙)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성장률도 당초 3.9%에서 3.0%로 둔화된다. 다시 돌아 온 인플레이션에 대한 FRB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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