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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난 차라리 이성교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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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난 차라리 이성교제 안해"

입력
2000.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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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른들은 청소년이 이성을 사귀는 것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의 만남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것이다.하지만 나는 이성교제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반대 때문이 아니다. 청소년이 만날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어서다.

내 친구는 지금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 그 친구는 “건전하게 사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둘이서 마땅히 갈곳이 없다”는 푸념을 한다. 남자친구에게 만나서 어디 갈 것인지 물어보면 노래방이나 패스트푸드점, 비디오방 등이 고작이라고 한다. 콜라텍은 불량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것 같아 꺼림칙하다.

나는 이처럼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놀이공간이 없는 상태에서는 건전한 이성교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내게 남자친구가 생긴다해도 내가 그 친구랑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놀 것인가.

지난해 인천의 호프집 화재로 많은 청소년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당했을 때 미성년자로 그 곳을 드나든 그 언니 오빠들의 잘못이 크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또 얼마전 한 중학생이 부모님한테 야단을 맞고나서 이유없이 여중생을 죽인 사건이 발생하자 어느 신문에서 한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컴퓨터 게임만 즐기는 세대가 갖는 ‘리셋(Reset)증후군’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라. 그 언니 오빠들이 만나서 갈 곳이 그런 술집말고 어디가 있겠는가. 청소년들이 즐길 놀이라곤 컴퓨터 게임뿐이다. 청소년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들을 방치하고 향락적인 성인문화에 젖게 만든 어른들이 먼저 반성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친구들에게도 바라는 것이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건전하면서도 즐겁게 이성교제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안양시립 도서관 같은 곳에서 나란히 앉아 책도 읽고 컴퓨터도 배우면서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연주회나 문화강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자극적 문화에 익숙한 우리 청소년들도 조금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쨋든 난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다. 남자친구랑 건전하고 유익하게 놀 수 있는 문화공간이 생기기 전까지는 난 절대 이성교제 안한다.

/윤윤미 안양 성문여중 2

1318마당에 글이 실린 청소년에게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이메일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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