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사라지고, 해프닝만 남았다.‘섹스:애나벨 청 스토리’의 주인공 애나벨 청이 27일 단국대 교양과목인 ‘여성과 성’ 강의에서 학생들과 토론회를 가지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 21일 방한한 애나벨 청(본명 그레이스 펙)의 기자회견이 보도되면서 교수, 학생, 동문회 등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한국에 입국하며 포르노를 국가 전복자료와 동일시하는 세관 신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그녀는 토론회 무산 소식에 또다시 “너무 안타깝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애나벨 청의 논리, 즉 섹스는 기본적으로 남녀간 힘의 균형을 드러내는 상징이며, 포르노는 사회적으로 억압된 여성의 욕망을 발산하는 수단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게다가 “포르노는 개인적인 위험이적은 데 반해 프라이버시를 침해 받고, 매춘은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지만 신체적으로 다소 위험한 일. 두 일의 차이는 그 뿐”이라는 주장도 보통사람으로선 ‘기막힌’ 논리이다.
그러나 애나벨 청이 그토록 주장하고자 했던 한 가지 사실, 즉 여성도 성(性)의 선택에선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주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영화 홍보를 둘러싼 갖가지 마케팅 플레이에 퇴색한 느낌이다.
‘한국 남자 251명과 영화보기’. 이런 이벤트를 벌인다고 하자 사람들은 ‘섹스 이벤트가 아니고 왜 영화감상 이벤트냐”고 비아냥 거린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는 애나벨 청은 기자회견장에서도 기자 질문에 반론을 펴가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한 ‘부기 나이트’와 마찬가지로 애나벨 청 역시 ‘포르노 배우’와 ‘섹스 해프닝’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통해 ‘철학’을 전파하려 했다.
그러나 ‘선정’의 함정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한국의 대부분 남성 관객들은 그녀가 말하는 ‘철학’ 대신 그녀의 섹스 해프닝에만 관심을 가지려 했다. 그녀는 “프랑스에선 논란도 적은만큼 영화흥행 성적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녀는 29일 떠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