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본격 직면했다.미 상무부는 27일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인 5.9-6.0%보다 낮은 것이지만 내용상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즉 미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이 17년만의 최고 수준인 3.2%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미 노동비용지수(ECI)도 임금과 연금비용 증가로 인해 전분기보다 1.4% 증가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1%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따라서 미 경제는 그동안의 상승궤도를 이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26일 미 상무부의 발표에서도 컴퓨터 가전제품 등 내구재 신규 주문이 3월중 2.6% 증가, 올들어 처음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내구재 신규 주문은 ‘Y2K 특수’가 없어지면서 지난 1월과 2월 각각 1.9%, 2.0%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 가전제품 등 전기전자제품에 대한 주문이 9.7% 늘어나 지난 10개월간 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운송 장비 부문역시 1.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기업들의 장비·소프트웨어 부문 투자가 전체 경제성장의 30% 이상을 담당한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통계는 미 성장이 멈추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같은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미 경제의 성장은 무한정 지속될 수 없고, 하강 또는 침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신경제’명성도 잃게 된다.
물론 3월중 고용비용지수, 내달 4일 발표되는 1·4분기 생산성 지수 등이 나와야 인플레이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앨프리드 브로더스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미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냐, 경착륙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착륙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상공으로 치솟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GDP 등이 발표되자 내달 16일은 물론 6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노튼 트러스트사의 경제 고문인 로버트 데더릭씨는 “미 경제가 여전히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 됐으며 이로써 FR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우 커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로 이날 미 뉴욕증시는 개장하자 마자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와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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