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CF가 있었다. 대형 TV화면에 야생동물이 나타나자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진짜인줄 알고 사냥에 나선다. 원주민들은 동물이 나오는 TV 수상기를 긴 막대에 묶어 달고는 사냥에 성공했다며 좋아서 마을로 돌아간다. 화질이 생생하다는 자랑을 문명의 차이가 빚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통해 표현했다.문명의 차이는 때때로 생각지도 못할 오해와 사건을 일으킨다. 만약 그것이 드라마를 다큐멘터리(사실)로 믿는 외계인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진다면. 이같은 가정으로 만든 SF액션 코미디 ‘갤럭시 퀘스트 ’(Galaxy Quest)의 결론은 아주 유쾌하고 재미도 있으면서 해피엔딩. 20년 전 막을 내린 ‘은하방위대 (갤럭시 퀘스트)’란 TV시리즈물을 맹목적으로 믿어버린 순진한 은하계의 터이미아족이 드라마의 세트에 불과한 우주선을 진짜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드라마도 끝나 팬사인회나 돌아다니는 출연배우들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이런 기발한 상황설정으로 출발한 영화는 시카코 선 타임즈의 촌평처럼 TV드라마의 내용이 비논리적일수록 더욱 유머는 커진다. 그것을 배우들이 현실에서 해내야 하기에.
‘갤러시 퀘스트’(감독 딘 패리섯)는 진용부터 별나 그들이 실제 맞닥뜨러야 할 상황을 더욱 당황스럽고 유쾌하게 만든다.
사령관 제이슨(팀 알렌)은 은근히 영웅심리에 빠져있고, ‘다이하드’의 악당 알랜 릭만이 맡은 과학자 알렉산더는 제이슨의 인기 독점에 불만이 가득하다. 나름대로 섹시하게 보일려고 금발에 몸에 착 달라붙은 옷을 입은 푼수끼 있는 통신장교로 ‘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를 캐스팅한 기존 이미지 뒤집기 역시 영화 자체, 나아가 영화와 TV드라마의 어긋남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의 특수효과팀이 연출해 낸 바위거인, 초록 외계 꼬마들, 액체 공간이동시스템, 살아있는 생물의 디지털전송은 시각효과에 머물지 않고 영화의 웃음을 실어나르고, ‘맨 인 블랙’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골든의 스토리는 경쾌하고 깔끔하다.
‘갤럭시 퀘스트’는 SF를 소재로도 영화가 테크놀로지 자랑이나 소년적인 활극 수준, 아니면 심각한 문명 비판이 아닌 즐겁고 친근한 코미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웃음을 따라 가다보면 범우주적인 열린 마음이 엿보이고, 순수로 인한 어리석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 영화는 작지만 소중한 메시지 하나를 남긴다.
‘믿음과 신념은 기적을 만든다’. 이런 결론조차 폼 잡지 않고 농담처럼 가볍게 스쳐간다. 그래서 더욱 귀여운 영화이다. 29일 개봉.
이대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