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초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3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데 이어 다음달에 또다시 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또 현대투신에도 증권금융채 발행을 통해 1조원 가량을 긴급 지원할 예정이다.투신 부실 왜 생겼나 투신권이 국민의 혈세로 연명하게 된 것은 정부의 관치금융과 투신사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결과다.
투신권이 멍들게 된 데는 1989년 12월12일 정부가 증시안정을 위해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투신(현재 현대투신) 등 3개 투신사에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 2조7,000억원가량을 지원한 것(12·12조치)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89년 4월1일 종합주가지수 1007.7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12월11일에는 844.75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다음날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투신사가 주식을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경제계의 12·12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투신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투신사는 91-94년에도 정부로부터 5조6,000억원에 이르는 국고여유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에도 역부족이었다. 92년 450포인트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94년 11월 1,140포인트까지 올라가 투신사들은 부실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또다시 정부 압력에 굴복했다.
특히 투신사들은 지난해 7월 대우사태가 터져 대우채 편입 펀드를 고객에게 최고 95%까지 환매해 주면서 3조2,000억원의 추가 부실을 떠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투신사의 부실이 계속 눈덩이처럼 커진데는 정부의 관치도 문제지만 3대 투신사 임직원들의 방만한 경영과 안일한 의식도 한몫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참여연대측에서 지적했듯 투신사 임직원들이 고객재산(신탁계정)과 회사재산(고유계정)을 불법 편출입한 것이다.
고객의 신뢰회복이 최우선 ‘투신사=부실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펀드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무리한 수익률 경쟁을 지양하는 등 경영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 부실을 초래한 전·현직 경영인들에 대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더이상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전문성을 갖춘 최고 경영자를 영입해 정도경영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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