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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외모편견이 익숙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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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외모편견이 익숙한 사회

입력
2000.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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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는 피부 한꺼풀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례로 1992년 미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시행한 미용수술은 41만3,203건이었으나, 불과 6년 후인 1998년엔 104만5,815건으로 150%나 늘었다.몸에 칼을 대서라도 아름다운 외모를 갖도록 사람들을 떼어미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 것은 ‘아름답게 생긴 사람과 못 생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실험과 조사를 통해 얻어진 결론은 이렇다. 외모는 상대방의 태도에 영향을 주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당연히 성공에 대한 기회도 외모 만큼 차이가 난다. 쉬운 예로 실력은 고만고만 하지만 외모가 뛰어나다면 가수나 탤런트로서 인기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못 생긴 사람이 실력마저 특출하지 않다면 직업을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현상이 연예인 처럼 외모를 중시하는 직업에나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놀랄 만큼 광범위하고 일관되게 나타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아름답게 생긴 사람은 어렵지 않게 남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취직할 때도 경력이 비슷하다면 잘 생긴 사람은 못 생긴 사람보다 채용빈도가 4배나 높다는 통계가 있다.

엇비슷한 작업 성과도 외모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잘된 일은 예쁘게 생긴 사람의 공으로, 잘못된 일은 못생긴 사람의 탓으로 돌려지는 경우가 흔하다. 잘 생긴 사람은 못 생긴 사람보다 세상살이가 훨씬 쉬운 것이다.

그러나 외모가 가진 진짜 함정은 다른 데 있다. 외모가 아름다우면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고, 반대로 못 생긴 경우엔 부정적 평가가 많아진다. 문제는 성장하는 동안 그런 식의 평가가 수 없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제 외모에 들어맞는 성격이 돼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외모가 ‘흉악하게’ 생긴 배우들은 싫든 좋든 악당의 배역을 맡아야 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외모로 인한 차별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것은 대부분의 차별이 의도적이라기보다 무의식 중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미운 오리새끼’라는 동화를 거리낌 없이 어린이에게 읽힐 만큼 외모의 편견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김 진·을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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