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교 김한태(金漢泰·66) 교장은 ‘30여년간 외롭게 용광로를 지켜온 제련사’로 비유된다. 사회로부터 방치돼 녹이 슬어버린 ‘쇠붙이’같은 학생들을 모아다 사회에 유용한 ‘강철’로 만든다는 뜻이다.평생교육법에 의거해 설치·운영되는 학력인정시설인 성지중·고교는 학생 10명중 4명꼴로 정규 학교 중퇴자들이다. ‘별을 단’ 소년원, 교도소 출신도 20%를 넘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 일탈했던 이들이 모여든 곳이 바로 성지중·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입학 전의 일이다. 올해 2월 성지고를 나온 졸업생 332명중 78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51명이 각종 국가기능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역대 졸업생 가운데는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도 있고 성공한 사업가도 있다. 이런‘강철의 신화’뒤에 김 교장이 있는 것이다.
김 교장이 사회교육사업에 뛰어든 것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영등포에서 화물운송업을 하던 김 교장은 데리고 있던 조수를 대상으로 야학을 시작했다.
“글도 모르고 세파에 시달려 거칠대로 거칠어진 아이들을 가르쳐보자”고 시작한 야학은 당시 영등포 일대 공단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김 교장은 아예 78년 강서구 화곡동 교남회관에 성지중·고의 전신인 강서청소년직업학교를 개설했다.
난관이 없을 수 없었다. 직공과 구두닦이, 신문팔이가 모여드는 것을 이웃 주민들이 고운 시선으로 쳐다볼 리 없었고 학생 수업료로 꾸려가야 하는 재정도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김 교장은 자칫 사회의 독초가 될 수도 있었던 학생들이 하나둘 ‘자신의 뜻을 이뤄가는’모습을 보노라면 “힘들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칭찬과 덕담으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예절을 강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온 김 교장은 “음지의 학생들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교육부 ‘이달(5월)의 선생님’으로 선정됐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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