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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 주가폭락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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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 주가폭락의 파장

입력
2000.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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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다시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투신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대상에 현대투신이 제외된 것을 계기로 한 증시 폭락은 단지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투매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그룹인 현대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재벌의 개혁 실행에 대한 의지와 정부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그대로 표출된 결과다.

우리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우사태가 아직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문제가 가세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또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가 이번 주가폭락을 심히 우려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대는 사태가 악화하자 구조조정을 12월에서 9월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반기중 자동차 부문 4개사를 포함한 10개사를 계열분리나 청산 합병 등을 통해 정리하고, 부채규모를 52조원에서 31조원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이를 얼마나 믿을지는 미지수다.

현대는 그동안 수없이 개혁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그룹의 몸집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늘렸고, 대규모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은 낮췄지만 물량과다로 주가하락을 자초하기도 했다. 더욱이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개혁대상의 핵심사항들이 아직도 온존하거나, 오히려 뿌리가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혁이 말 뿐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어서 시장의 불신만을 더욱 키웠다. 이번 현대 계열사 주식 투매사태는 그 결과인 것이다.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한국·대한투신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시장의 안정을 가져오기 보다는 반대로 불안을 촉발시켰고, 주가가 폭락하자 뒤늦게 현대투신에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대의 도덕적 해이현상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 나머지 증시불안이 가져올 경제전반에 대한 악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못본 것이다.

KDI는 2002년에는 대선이 있어 앞으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 또는 1년 6개월에 불과하므로 올해 말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는 진정한 개혁을 통해 완전 탈바꿈해야 하고, 정부는 경제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불신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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