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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錢無學 有錢有學 우려

입력
2000.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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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부모, 학생 모두가 충격으로 발칵 뒤집힌 하루였다.27일 헌법재판소의 ‘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및 22조에 대한 위헌 결정에 대해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제 ‘무전무학(無錢無學) 유전유학(有錢有學)’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셈”이라고 우려했고, 일선 학교들은 ‘더이상 공교육이 설 자리가 없다’고 낙담했다. 반면 학원가에서는 “교육받을 권리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결정”이라며 크게 반겼다.

■학부모 및 일선 학교

중2와 초등학교 5학년 두 자녀의 부모인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 박인옥(朴仁玉·41·여)씨는 “학교교육보다 사설교육이 규모나 질면에서 비정상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 있는자와 없는자 간의 교육기회의 차가 급격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학부모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있는 사람은 좋은 선생에게 시키고, 없는 사람은 못 시키게 돼 학부모들의 주름살만 늘게 됐다”(고영신·高營新·46·여·서울 강남구 대치동·초5 학부모), “너도 나도 하다보면 결국 금액이 하늘로 치솟을 것이다”(최명수·崔明水·45·서울 용산구 한남동·고1 학부모), “지금도 쉬쉬하면서 다 하는데 이젠 드러내 놓고 하라는 얘기다”(김모씨·40·여·경기 화성군·중2 학부모).

반면 박미심(朴美心·42·여·서울 광진구 중곡4동·중3 학부모)씨 처럼 “지금은 돈 있는 사람만 과외를 하지만 앞으로는 적은 돈으로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경복고 3학년 이원희(李元熙)교사는 “교육의 빈부격차, 공정한 게임의 룰 파괴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고 서울고 최종석(崔鍾碩)교무부장은 “사교육이 제공하는 엄청난 양의 학습을 주입식으로 받은 학생들의 경우, 창의력이 떨어지는 등 폐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단체 및 시민단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흥순(曺興純)실장은 헌재 결정에 절대반대 입장을 밝힌 뒤 “당장 재정 확충을 통해 사교육보다 한수 위의 공교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의논하던 전교조 관계자들은 “이지경에 이른 현 교육현실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뱉은 뒤 “공교육 부실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교육운동 협의회’ 최현섭(崔鉉燮) 집행위원장은 “개인의 잠재력도 돈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학원가

“그동안 음성적으로 숨어있었던 고액과외가 오히려 불식될 것”이라는 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평가실장은 “수능이 쉬워진 체제에서 과거 본고사때처럼 과외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관리실장은 “학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교육비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원전문가들은 또 보습학원 등 군소 입시학원이 정규수업 외 별도의 수업을 마련, 과다 수강료를 받아오던 관행에 철퇴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전문가

서울대 윤정일 교수는 “학교교육이 부족해 보충하겠다는 것이 과외인데 그동안 금지해온 것은 반 자본주의적 행태”라며 헌재 결정에 찬성하면서도 “문제는 과도한 사교육비의 폐해인데 이를 억제하려면 ‘과외를 받아야 유리한 현행 입시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신명희 교수는 “이번 판결은 과외가 정말 필요한 많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조치”라며 “사교육비 문제는 사소한 부작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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