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가 오해 소지가 충분한 문제 발언을 했다가 중국의 정면 항의에 부닥쳐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모리총리는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중일전쟁의 성격에 대한 질의를 받고 “전쟁에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다”며 “일본이 침략전쟁을 한 것인지, 어쩐지는 역사속에서 여러분이 판단해 갈 문제”라고 밝혔다. 누가 들어도 ‘침략’을 부인하는 듯한 말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 26일 “중국 침략의 성격을 애매하고 해 중국 인민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그릇된 발언”이라며 ‘놀라움’과 ‘유감’을 표하는 외교부 담화를 발표했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이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리내각에서도 (침략의 사죄와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村山) 담화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아오키장관은 “(무라야마담화는) 장래에 걸쳐서도 침략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양호한 대중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중국에 대해 사과했다.
한편 모리총리는 이날 오전 “중일공동성명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 “그 부분이 빠졌을 뿐”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 또한 그 의미가 분명하지가 않아 중국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1972년의 중일공동성명은 ‘과거 일본이 전쟁을 통해 중국 국민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명기했으나 끝내 ‘침략’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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