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구조조정의 막이 오르면서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특히 현대투신 손실부담 문제가 제기되면서 주가는 연이틀 급락세를 보여 가뜩이나 취약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금융기관, 현대그룹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증시안정을 위해서는 투신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조속하게 제시돼야 하고, 시장불안의 요인이 된 현대그룹도 책임을 지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동헌 SK증권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신구조조정은 부실한 제도가 누적되면서 발생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부실을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증시가 불안한 것은 수급이 꼬일대로 꼬인 데다 투신구조조정 문제라는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라면서 “투신구조조정과 관련, 자금투입 규모와 방법, 시기 등 세부적인 절차가 조속하게 수행돼야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본부장은 시장불안을 초래한 현대그룹 주가폭락 사태에 대해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 빚어진 현대그룹 주가폭락사태는 현대그룹도 책임이 있다”면서 “현대가 앞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견지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냉혹하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시장참여자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를 버린 지 오래”라면서 “투신권에 공적자금이 투입된다고 해서 주식손실이나 고유부실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신권 문제는 1년전에 제기된 만큼 대책마련은 다소 늦었다”면서 “정부개입의 정도가 투자자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현대그룹문제와 관련, “현대는 지난해 유상증자로 모은 자금 14조원 대부분을 빚갚는 데 사용했을 뿐 신규투자가 거의 없는 회사운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의 불신이 팽배하다고 지적하고, “현대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어야 믿을 수 있다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의 급등락으로 국내증시의 움직임도 불안한 시기에 재벌개혁과 세무조사 등 증시에 큰 부담을 주는 정책이 한꺼번에 추진돼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이사는 “현대그룹의 주가하락은 현대투신문제 뿐만 아니라 그동안 주주보호를 소홀히 한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똑같은 행태가 되풀이될 경우 시장에서 아예 외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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