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가 추천하는 종목이 외국인에게 거의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오히려 추천일 이후 매도한 경우도 많아 국내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다음 팔아치우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계 증권사가 불순한 의도로 추천종목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종목 리포트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지난해 10월이후 전개됐던 ‘외국계 증권사 종목 추천→외국인 매수→주가상승’ 구도와는 시장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명심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외국계 증권사 추천하면 외국인들 판다?
직장인 A씨는 25일 영국계 워버그딜론증권이 미래산업에 대해 ‘스트롱 바이(강력 매수)’의견을 냈다는 보도를 증권정보사이트를 통해 접하고 매수주문을 냈다.
이 증권사는 미래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반면 유사기업에 비해 저평가됐다며 목표가격을 1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들이 8만6,000주 순매도한 것을 장마감후 확인한 A씨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A씨는 “지난달에도 모건스탠리가 포철 목표가격이 25만원이라는 리포트를 낸 것을 보고 12만원에 샀지만 다음날 모건스탠리를 통해 매도주문이 나오더라”며 “사지도 않으면서 리포트를 내 개미들을 현혹한다”고 말했다.
이달들어 외국계 증권사 추천종목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매를 보면 A씨의 말도 일리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자 ‘글로벌 텔레콤 위클리:아시아’에서 SK텔레콤 목표가격을 450만원(액면분할전)으로 제시하며 매수 추천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20,21일 매도규모를 잠시 줄이기는 했지만 12일부터의 매도세를 유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ING베이링도 7일 다우기술에 대해 적정주가를 4만1,000원으로 제시하며 추천했지만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만 8만3,000주순매수했을 뿐 다음날 32만주 순매도를 시작으로 매도세를 이어갔다.
추천종목 약발 안받기는 코스닥시장이 더하다. 워버그는 6일 하나로통신을 추천(목표주가 3만원)했지만 외국인들은 이달내내 순매도 우위를 보였을 뿐.
또 ING베어링은 24일 다음커뮤니테이션에 대해 매수의견을 냈지만 외국인들은 24,25일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달 크레디리요네가 추천한 드림라인, ING베어링이 추천한 비트컴퓨터 등도 마찬가지였다.
■추천해도 반응은 오락가락
약발이 먹히는 종목도 있다. 모건스탠리가 13일자 보고서에서 한솔제지를 적극 매수추천(목표가격 1만8,500원)했을 때 외국인들은 18일 하루를 제외하고 12-24일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워버그가 5일 삼성중공업(적정주가 9,500원)을 추천했을 때도 추천일이후 외국인들이 전반적인 순매수세를 보였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 추천종목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오락가락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워버그가 3일(목표가격 74만원으로 상향조정), 모건스탠리가 18일 매수추천을 냈지만 3-25일 사이 외국인들은 3,7,10,18,19일 순매수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12일간 순매도를 보였다.
크레디리요네가 17일 주택은행(목표주가 4만5,000원)을 추천했을 때도 외국인들은 하루 순매수, 하루 순매도식의 엉거주춤한 포지션을 취했다.
추천종목 약발 안받는 이유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 추천종목에 대해 외국인들의 반응이 일관성이 없고 오히려 파는 경우도 많은 것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추천이 먹힐 리 없고 또 이들 추천종목이 중장기 관점이기 때문에 추천 당일 결판이 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
삼성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추천종목을 산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4월들어 외국계 증권사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고 있는데, 비중축소에 따른 반응치고는 오히려 매도가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김주형 선임연구도 “국내에서 1,2년 장사할 것도 아닌데 외국계 증권사들이 장난을 친다는 견해는 오해”라며 “정상적인 회복국면이 오면 이들 추천종목은 외국인들의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외국계 증권사 추천종목에 대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으며 다만 중장기 시각으로 접근해볼 필요는 있다는 분석.
이재현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당분간 외국기관들도 자국의 환매압력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추천종목이 큰 의미가 없다”며 “다만 이들 종목이 저평가된 우량종목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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