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스니아 전범재판소에서 국제 전범 재판 사상 처음으로 ‘강간죄’가 심리되고 있다.지난달 20일 시작된 보스니아 전범재판의 강간죄 기소와 심리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한국 등 각국 여성들을 성적 노예로 동원한 ‘군대위안부’문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범재판소에 기소된 드래골유브 쿠나라크(30), 라도미르 코바크(38), 조란 부코비크(44) 등 3명의 세르비아 군인들은 1992년 여름 사라예보 남쪽 포카지역에서 학교, 경기장, 건설노무자 막사 등에 이른바 ‘강간 수용소’ 혹은 ‘매춘굴’을 차려놓고 이슬람계 여성들을 집단 강간한 혐의다.
이들이 어린 소녀를 두 달간 강간하는가 하면 강간한 여성들을 몬테네그로의 다른 군인에게 250달러에 팔기도 했다는 피해여성들의 증언은 법정을 경악케 했다. 3명의 피고는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1993년 유럽연합 집행위 조사에 따르면 세르비아 군대는 1992~95년 사이의 내전기간 동안 총 2만여명의 여인들을 강간했다. 보스니아 정부는 5만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강간이 전쟁에서 중요한 전술로 악용되고 있다고 보는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번 국제재판이 국제사회가 이를 응징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998년 로마회의에서 합의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미국 중국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 5개국의 반대로 아직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에 의해 1993년 설립된 구 유고 전범재판소와 르완다 전범재판소가 첫 국제 판례를 만드는 선구적 기능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전쟁에서의 반인륜적 범죄는 ‘전쟁범죄(war crime)’나 ‘인도에 반하는 죄(crime against humanity)’ 등 포괄적 죄목으로 다루어져 왔다. 보스니아 전범재판에서 ‘강간’이 전쟁범죄의 한 유형으로 인정될 경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국제사법 절차에 따른 소송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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