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추돌하더라도 차체를 멀쩡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보트를 탈 때는 꼭 뒤를 향하고 앉아서 노를 저어야하는 걸까?’‘할아버지 발명가’ 박술갑(78·경남 창원시 사파정동)씨의 뇌리를 스쳐가는 이같은 의문들은 얼핏보면 꼬마들의 호기심처럼 짓궂기도 하지만, 실제로 삶의 현장 곳곳에서 부딪히는 진지한 의문이기도 하다.
박씨는 한때 경남 가독도의 소망보육원에 몸담으며 사회사업활동을 벌였으나 20여년전 은퇴, 지금은 직업란을 채울만한 번듯한 직함은 없지만 여전히 바쁘다. 끝없이 일어나는 호기심을 그냥 넘겨버리지 못하기 때문.
그래서 최근에는 ‘자동차의 보조범퍼장치’와 ‘앞을 보고 노를 젓는 튜브보트’를 고안, 실용신안 등록까지 마쳤다. 특허를 출원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아이디어임을 인정받기까지 2년 넘게 걸렸지만 박씨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
박씨는 “나만의 ‘실험실’에서는 세월도 비켜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셋째 사위가 운영하는 병원 건물 옥상에 마련한, 자그마한 공간에 틀어박혀 있다보면 하루 해도 금방 지나가고 흔히 노년에 겪기 쉽다는 ‘무위고(無爲苦)’도 온데간데 없다.
제대로 실험실의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또다른 작업인 소설쓰기를 계속하는 데는 그만이다. 그 곳에서 박씨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컴퓨터. 박씨는 호기심많은 성격답게 컴퓨터도 일찍 접한 편이었다. 13년전, 소설습작에 활용하기 위해 워드프로세서부터 익혔다. 이젠 인터넷도 익혀 ‘왕초보’를 면했다.
발명이다 소설이다하며 청년시절의 이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안타까워하는 세 딸들이 “성과도 없이 애만 쓰느니 이제는 여생을 즐기면서 편하게 지내시라”고 권유하지만 소용이 없다. ‘발명’과 ‘소설쓰기’가 바로 건강유지의 비결이라고 박씨는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한달에 두세번꼴로 하는 서울나들이도 혼자서 가뿐하게 해내고, 전화통화하는데 보청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만만하다.
스스로를 ‘과학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박씨는 볼펜조차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단초가 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박씨에게 ‘발명’은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박씨는 요즈음 ‘옥상 실험실’에서 오일펜스를 응용해 해상의 오일을 제거하는 장치를 발명하는 일에 푹 빠져있다.
사진
박술갑씨가 장난감자동차를 이용, 자동차보조범퍼장치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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