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의도에세이/ “에로(Ero) 뉴스하느라 애로사항 많았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의도에세이/ “에로(Ero) 뉴스하느라 애로사항 많았네”

입력
2000.04.27 00:00
0 0

“뉴스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하아…하악.”짐작하겠지만 이런 이상한 숨소리는 뉴스 사고가 났을 아나운서가 거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나오는 소리다.

아나운서 경력 15년 동안 가장 힘든 일을 꼽으라면 역시 사고가 나서 헐레벌떡 뛰어가며 세상이 노랗게 보였던 경험이다. ‘3분이 3시간’ 같은 이런 뉴스를 헥헥거리면서 끝내고 나면, 짧지만 고통스러운 ‘수퍼 울트라급’급 긴장을 느낀다.

그럴 때 짓궂은 남자 선배들은 이렇게 놀린다. “에로(?)뉴스하느라 애로사항 많았네!”

나의 경우 15년차 아나운서이지만 아직도 가끔 뉴스가 ‘펑크’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꿈의 내용을 보면 어떤 때는 5초 전에 스튜디오로 겨우 뛰어 들어갔건만 엉뚱한 곳으로 잘못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땐 바람에 원고가 휙 날아가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기사가 백지로 변해 있는 경우도 있다.

아마 아나운서라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강박증에 시달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나운서국 시계는 늘 10분 일찍 앞서가며 매시간 요란한 알람을 해준다.

그리고 사고에 대비한 비상 연락전화가 있어 마치 민방위 훈련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될 때도 있다. 이런 긴장 속에 늘 살다 보니 아나운서들 중에 뚱뚱한 사람은 별로 없나 보다.

그러나 거꾸로 그렇게 피를 말리는 고도의 긴장감 속에 생활을 하지만 오히려 내심 그 긴장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바로 아나운서들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방송 몇초 전의 그 묘한 긴장감과 설렘은 다른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라고들 얘기하는데… 그래서 “마이크와 권력(?)은 한번 잡으면 놓기 싫어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아마 그것은 ‘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식적인 특권을 얻은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김수정·MBC 아나운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