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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당신 아들이 있잖아요… 어머니 업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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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당신 아들이 있잖아요… 어머니 업히세요"

입력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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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사십에 어머니를 업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며칠전 사고만 아니었다면 어머니를 업어볼 생각이나 했을까.그날의 사고는 손자의 재촉에 서두르다 아파트 현관 계단서 넘어지면서 발생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니 어머니는 부어오른 발목을 추스린 채 오히려 울고있는 손자들을 다독거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한 발짝도 내디딜 형편이 못됐다.

병원에 가기위해 어머니를 업은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병원으로 가는 동안 내내 나를 걱정했다. “아범아, 많이 무겁지. 내가 나이가 들어 너에게 짐이 되는구나”“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울컥 울음이 명치끝으로부터 목줄기를 타고 치밀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오른발 복숭아뼈 아래쪽 뼈가 부서졌다는 것이다. 의사는 3일 후 깁스를 하자고 했다. 통증을 참느라 자식 몰래 눈물을 닦는 어머니를 보며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나는 회사에 다니고 아내는 식당을 운영하는 관계로 집안 일은 거의 어머니 몫이었다.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했던 3일 동안 집안은 눈에 띄게 엉망이 됐다. 어머니는 조용한 가운데서도 집안의 기둥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깁스를 하러 병원에 가는 날 정성스레 발을 닦았다. 젊은 의사에게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이다. 깁스를 하고 오던 날, 나는 어머니를 아파트 현관에 내려놓은채 꼼짝말고 계시라고 말씀드린 뒤 문방구에 잠시 다녀왔다.

급한 걸음으로 다녀오는데 어머니가 목발을 짚고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게 아닌가. 뛰쳐 올라가려는 그 순간 어머니가 맥없이 휘청하더니 뒤로 구르기 시작했다. 아차하는 사이 두세바퀴 구르는 어머니를 내 몸으로 막았다.

어머니는 이후 사흘간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이 사고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친구들과의 여행도 취소됐고 미국에 사는 이모께서 수년만에 귀국했음에도 함께 나들이 한번 못했다. 내가 왜 계단을 혼자 오를 생각을 했느냐고 책망하자 어머니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신다. 등에 업혀 자식을 힘들게 하는 게 미안하다고, 혼자서도 걸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아니에요, 어머니. 당신 아들 등에 편하게 업히세요. 그리고 저 힘 하나도 안들어요.

/배승환 서울 광진구 구의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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