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생리학자 샤를 세콰르는 1889년 동물의 고환액을 추출해 자신에게 주사했더니 젊을 때의 활력이 회복되는 놀라운 효과를 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은 수천 년 전부터 동물의 고환 등 생식기에 생명과 정력을 유지해주는 신비스러운 물질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세콰르의 실험을 통해 이런 믿음이 증명된 셈이다.이 물질은 나중에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환액을 주사하거나 섭취한다고 해서 테스토스테론이 얻어지진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을 여성과 구별짓는 여러 가지 현상을 만들어 낸다. 남자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생식기관을 비롯해 음성, 골격 등이 급격히 변한다. 피로를 모르는 정력과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되며 여자를 비로소 성적 대상으로 느끼고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남성호르몬은 겨우 20대를 넘기지 못하고 감소하기 시작해 40대가 되면 여러 가지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초래한다. 이른바 남성 갱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남성답지 못한 남성을 만들게 된다.
우선 피로감을 쉽게 느껴 활동력이 줄어든다. 근육층은 감소하는 대신 지방층이 증가해 팔·다리는 왜소하고 복부만 풍성한 체형을 만들게 된다. 뼈의 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남성호르몬과 성기능의 관계는 좀 복잡하다. 남성호르몬은 성욕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발기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령 남성들은 당뇨나 혈압 등 성인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이 발기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노화방지 연구가 붐을 이루면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투여 방법도 간편해져 파스처럼 붙이고 다니는 패치제나 간(肝) 독성을 없앤 경구투여제가 개발됐다. 심각한 부작용은 별로 없지만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암에 대한 사전 검사가 필요하다. 간질환이나 만성 호흡기 질환, 적혈구 과다증이 있는 경우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남성호르몬의 보충은 노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모든 이에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아직도 부작용의 정도와 빈도, 투여 효과가 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하태준·선릉탑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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