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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독한 자들의 멍청한 짓/작은 정부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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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독한 자들의 멍청한 짓/작은 정부가 아름답다

입력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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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늘어나고 행정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할수록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행정조직도 점차 커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정부조직과 인원은 정부수립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늘어나는 기구와 인원만큼 행정서비스의 질과 생산성이 오르기만 한다면, 거대한 정부도 아름다울 수 있다.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면 클수록 관료주의적 병폐가 조직 전체에 쉽게 퍼지기 때문이다. 계층구조가 복잡해져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각종 번문욕례(繁文縟禮)에 시달린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일할 뿐 고객개념은 사라진다. 이런 맥락에서 조직에의 충성심만이 강조된다. 충성심은 종종 직무수행과정의 합리성과 정당성보다는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심리학적 수단으로 악용된다.

정부가 점점 커지는 것은 비만증처럼 위험한 신호이다. 커진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먹어야 하고, 더 먹기 때문에 더욱 살이 찌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정부에는 핵심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간접기능이 있다. 조달업무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핵심기능이 커지다 보면, 간접기능도 비례해서 커지게 되고, 그 간접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또 다른 간접부문이 생기는 현상이 바로 조직비만의 악순환이다.

조직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한 사람이 파킨슨(C. N. Parkinson)이다. 1차 대전시 영국 해군의 주력함정이 62척에서 전후에는 20척으로 줄었는데도 해군성의 관료들은 78% 증가했으며, 1935년 372명이었던 식민지성 관료들이 식민지가 대부분 독립해 버린후인 1954년에는 오히려 1,661명으로 약 450%나 증가해 있었다. 관료화된 조직이란 이렇게 조직의 목적이나 업무내용과는 상관없이 항상 사람을 증가시키는 속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현상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관료들이란 좌우지간 자신의 부하를 늘리려고 하며, 조직의 본래목적과 상관없이 자기들끼리 서로를 위해서 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런 관료주의 병폐를 그대로 안고 있었고, 공무원의 수는 꾸준히 늘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우리나라처럼 IMF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다. 1979년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이 집권하자 행정개혁을 지속적으로 단행하여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 집권당시 74만 명에 이르던 공무원 수가 1997년에는 47만 명으로 줄었다. 1939년이래 가장 작은 정부를 만들어낸 셈이다. 공무원의 수가 점차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국가경쟁력은 올라갔고, 경제는 호전되었던 것이다. 작은 정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행정의 비효율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가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작은 정부를 구현하는 지름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가 수행할 필요가 없는 행정기능은 과감히 폐지하거나 민영화하거나, 아니면 민간에 위탁하여 경영하는 것이다. 만약 그 기능을 공공부문에서 계속 수행할 필요가 있다면 서비스집행 책임기관(Agency)을 두어 수행토록 하되, 가능한 한 민간사업자와의 공개경쟁을 벌이도록 하여 시장시험(Market Testing)을 거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작은 정부를 만드는 데 있어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는 전략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줄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정부는 작을수록 아름답다.

/한국은행 직무평가팀장 최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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