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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CEO칼럼 / ‘500원’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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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CEO칼럼 / ‘500원’의 미학

입력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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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저녁 무렵 업체 방문을 위해 강남 ‘테헤란밸리’의 어느 지하철역 구내를 지날 때였다. 한 할머니가 좌판에서 김밥을 팔고 계셨다. 빠듯한 약속 일정때문에 총총 걸음으로 지나치는 필자의 뒤에서 “500원이요∼”하고 외치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겼다.요즘 어지간한 벤처기업 접대비만도 적은 금액이 아닌데 500원이 무슨 대수일까만은 기업에서 무심코 취급하는 목돈과 가난한 노파의 생계가 걸린 500원은 그 차이 만큼이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필자에게 던졌다.

500원이면 상장된 벤처기업의 주식 액면가가 떠오른다. 그 주식이 몇 백배의 가격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던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다. 그 결과 벤처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일, 이백억 정도는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 정도는 투자받아야 위신이 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창 뜰 때’ 사업에 필요한 자금 이상을 확보해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본래의 사업과 관련없는 투자를 또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또 코스닥 시장의 활황을 배경으로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기술 개발에 투자해 기업을 성장시키려기 하기 보다는 또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자회사를 차려 아예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경쟁력과 생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요즘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심각한 조정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이 ‘꿈’이 아니라 ‘현실’ 자체가 되다 보니 이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인터넷 기업은 설 땅이 없어졌다. 어느 정도 거품이 있게 마련인 기업의 ‘미래 가치’는 시장이 예측불가능할 정도의 폭발적 성장을 보이면서 일반인들에게 설렘만을 안겨주는 시기가 지나면 순식간에 꺼져버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기업의 목적은 투자받은 돈으로 이익을 실현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낼 수 있어야 하며,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나름의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투자자금은 성장하는 시장에서 반드시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신(新)경제에서 단 돈 ‘500원’이 지니는 가치의 크기는 기업인이 이러한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 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동훈 리눅스코리아㈜사장 hoon@linux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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