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곰 서식지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피레네지방에서 야생곰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지난 달 프랑스 하원인 국민의회가 찬반논란끝에 ‘피레네 곰 포획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프랑스와 스페인 사이를 가로지르는 피레네산맥은 곰을 비롯한 야생 동물 서식지로 유명해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생태계의 관광명소.
그러나 밀렵과 남획으로 1960년만 해도 100마리가 넘던 곰이 점차 줄어들어 1980년에는 20마리로 격감했다.
곰이 멸종위기에 처하자 프랑스 정부는 슬로베니아로부터 야생곰을 들여오기로 하고 1996년 암수 2쌍, 다음해에 수컷 1마리를 공수해 피레네 산맥에 풀어 놓았다.
‘수입’ 곰들은 현재 새끼를 포함해 모두 6마리로 늘어난 상태. 그러나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곰이 방목하는 양떼를 습격, 주민들의 피해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곰들이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먹이를 준 것이 화근이었다. 먹이 맛을 본 곰들은 산속에서 들짐승을 사냥하지 않고 마을로 내려와 손쉽게 먹이를 찾아 다녔다.
처음에는 몇마리에 지나지 않던 양 피해가 점점 늘어나 지난 해 여름에만 200마리가 희생당하자 주민들 사이에서 곰퇴치운동이 벌어졌다.
급기야 이 지역 사회당의원이 피레네 곰 포획을 골자로 한 사냥법 수정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관광진흥도 좋지만 주민들의 피해가 크니 곰을 잡아들이자는 주장이었다.
물론 국회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녹색당은“문제는 곰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양을 방목하면서 사나흘간 전혀 돌 보지 않는 피레네지방의 방목 습관에 있다”며 “양치기 개를 동반해 방목할 경우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사례도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정법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다음 달 초 상원의 최종심이 남아있지만 하원의 법안이 대체로 통과되는 관례로 보아 피레네에서 곰을 더이상 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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