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판매확장…최고가의 8%로 폭락도쿄(東京)증시에 “빛나는 것을 조심하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
지난해 9월 1부 상장 이래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눈길을 끌었던 히카리(光)통신의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데서 나온 말이다.
휴대폰 판매업체인 히카리통신은 소프트뱅크 등 정보·통신 업종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도쿄증시의 주가 상승을 선도해 왔다.
휴대폰 판매 수수료가 주수입원인데도 업종이 ‘통신업’으로 분류돼 첨단·인터넷붐을 타고 액면가 50엔짜리 주식이 한때 22만5,000엔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거품’이 걷히는 세계적 흐름 속에 도쿄증시에도 ‘옥석(玉石) 가리기’ 바람이 불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2월17·18일을 정점으로 추락에 들어간 히카리통신 주가는 24일 절정기의 8%에 불과한 1만9,800엔까지 떨어졌다.
이어 25일에는 제한폭까지 떨어진 가격에도 ‘사자’ 주문이 없어 거래가 성립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4일 연속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던 적도 있다.
24일 중간결산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임한 시게타 야스미쓰(重田康光·35·사진) 사장의 얼굴에서는 빛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쿄증시 상장과 동시에 소프트뱅크 손 마사요시(孫正義)사장에 이어 아시아 제2의 갑부(세계 5위)로 부상, 언론의 각광을 받던 지난해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그는 2월말 기준의 중간 결산이 적자이고 8월말 기준의 연간 결산도 116억엔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히카리통신의 결정적 약점은 공교롭게도 자랑거리였던 판매망이다. NTT도코모를 추격하려는 DDI 등 후발업체는 휴대폰 계약 수수료는 물론 통신료의 일부까지 히카리통신에 내주었다.
전국에 산재한 히카리통신의 ‘히트숍’은 100엔에 휴대폰을 팔았다. 2,000여 종업원과 수만명의 임시 판매원은 무리한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유령 계약’도 일삼았다.
판매확장이 한계에 이르면서 40%의 판매점이 도산했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다시 이를 부채질했다. 소프트뱅크의 사외이사이기도 한 시게타사장은 휴대폰 판매업의 한계를 간파, 벤처투자회사로의 탈바꿈을 시도해 왔으나 자기 발밑의 붕괴를 막지는 못했다.
절정기의 단기순익이 70억엔에 불과한 단순 판매업체가 첨단업체로 둔갑, 시가총액이 6조6,000억엔을 넘었던 불가해한 ‘거품’은 이렇게 꺼졌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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