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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언론 통계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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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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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총선이 치러진 지난 13일 각 방송사가 여론전문기관에 의뢰해 발표한 예상 의석수가 실제와 크게 달리 나타났다. 1996년 15대때도 39곳이 예상을 빗나갔고, 이번 총선에서는 원내 제1당을 잘못 예측했다.이런 오류는 그동안 언론매체와 전문기관들이 수시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과연 합리적·과학적으로 행해진 것인지 그 신빙성에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두번의 총선에서 방송사들이 여론조사기관들의 초기 추정치만을 믿고 방송도중 이를 수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은 방송사고에 버금가는 오류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선 통계 선진국에 해당한다.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에서 공표하는 통계자료의 신빙성이 높고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다양한 통계를 빠른 일내에 발표하고 있으며 통계조사의 신빙성을 높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다른 민족에 비해 통계에 대한 이해가 높고, 통계수치를 둘러싼 논란도 매우 잦은 편이다.

IMF 체제이후 실업률이 높았던 특정 시점의 계절조정 실업률의 하향편기(downward bias)여부, 정부가 원계열과 계절조정 실업률중 실업률이 낮은 것을 먼저 발표하는 데 대한 타당성, 실업자의 정의를 일부 바꾼 것이 실업률 추계에 미친 영향,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기준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활발했던 것을 볼 때 우리 국민의 통계에 대한 관심은 가히 선진국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과 상당수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통계조사 수준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통계조사는 통계청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예를 들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근로행태에 대한 우편 설문조사를 실시할 경우 표본추출의 적절성, 표본의 크기에 따른 설문의 세부화정도(성별, 연령별, 지역별, 업종별, 기업규모별 등), 설문문항의 적합성 등이 통계청의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결정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조사 기관이나 언론, 그리고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는 이같은 협의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 기관에는 통계의 조사방법론을 전공한 사람도 거의 없다. 국책연구기관이나 언론의 통계조사가 국민일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통계조사의 방법과 판독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들 조직이 통계조사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스포츠 중계에도 통계학자를 참여시켜 시청자의 고객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는 미국의 예는 우리에겐 멀어도 한참 먼 얘기다.

우리 국민의 통계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에 비해 국책 연구기관이나 언론사의 통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다. 이는 언론의 경우 사실이 아닌 ‘편기’된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언론기관이 통계청등 정부기관과의 협의하에 통계조사를 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은 보다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입하고 예측 능력이 앞선 전문 여론조사기관과의 긴밀한 협조하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는 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매체와 그렇지 못한 매체간의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다. 또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상황에서 최상의 정보수집 능력을 지닌 기관과 연계된 디지털 방송으로 고객의 수요가 급격히 쏠릴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다.

15대 총선의 투표 종료 직후 ‘신한국당 압승! 175석’이라고 보도했다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여당 과반수 확보 실패, 139석에 머물러’라는 엇갈린 보도를 내보내는 식의 행태는 이제 철저히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총선예측의 오류를 거울삼아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국정이 올바로 수행되는 성숙한 ‘통계선진국’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통계청 통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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