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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 정책 다시 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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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 정책 다시 짜야한다

입력
200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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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경제는 신경제와 구경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우리의 경우 특히 IMF체제 이후 고용불안이 심화하면서 두뇌와 소규모 자본에 의한 창업 분야로 떠오른 것이 벤처기업이다. 정부의 벤처기업에 대한 대폭 지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 일이다.

벤처 창업 붐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다. 우선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주어 젊은이들의 꿈을 실현하는 알맞은 장(場)이 됐다.

마치 1960~70년대 젊은이들이 수출전선에 뛰어들었던 것과도 같다. 그러다보니 실업문제 해결에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고, 무엇보다 정보통신(IT) 혁명과 맞물리면서 증시의 활황을 가져와 경기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벤처가 사회적 열풍이 되면서 부작용이 드러났다. ‘무늬 뿐인 벤처기업’들의 양산이 대표적으로, 이들에 의해 한탕주의와 과·호화소비 등 졸부 근성, 부동산 투기, 해외자금도피 등이 독버섯처럼 번졌다.

게다가 문어발 경영, 금융업 진출 등 재벌흉내까지 내게 되었고,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반(反) 벤처정서’가 우리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마침내 국세청이 창업자금 유용 조사에 나설 정도까지 됐다.

KDI가 발표한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KDI는 정부의 과도한 지원은 기업인과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벤처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 역할 축소론을 공식 제기했다.

지난해 말 4,934개 벤처기업 중 미국식 개념에 따른 ‘진짜’벤처는 1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외형상으로는 벤처 강국이나 실질 내용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는 지적으로, 여기에는 언제까지 몇개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숫자 채우기식 행정과 무원칙하고 과다한 지원 등 지나치게 목표에 얽매인 정부 정책 잘못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한 축으로서의 벤처기업의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양적인 팽창에서 질적인 발전으로 유도하지 못하면 ‘진짜’ 벤처마저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 벤처의 생명은 창의성과 순발력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이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고 여기에서 벗어나거나 뒤처지는 기업은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

몇개의 벤처기업이 있느냐 보다는 몇개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 KDI의 보고서를 겸허히 받아들여 벤처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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