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차 매각안을 조건부 수용함으로써 지난해 12월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질질 끌어오던 삼성차 처리문제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국가경제 차원의 커다란 암초가 됐지만, ‘헐값 매각’‘국부유출’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어떤 조건으로 팔리나
삼성차 매각대금은 당초 르노측이 주장했던 5억4,000만달러보다 2,500만달러 높은 5억6,500만달러(6,200억원)로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은 1,100억원인 데다 이중 250억원은 ‘기탁계정(에스크로 어카운트)’에 묶여, 당장 손에 쥐게되는 것은 850억원에 불과하다.
기탁계정이란 르노측이 삼성차를 인수한 뒤 우발채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일정금액을 은행에 예치시켜 두는 것. 채권단은 이날 회의에서 기탁계정 금액을 100억원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르노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나머지 금액은 채권단 출자전환(440억원) 매년 일정금액씩 확정부채 지급(2,330억원) 매년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10%씩 지급(2,330억원) 등으로 당장 현금화할 수 없다. 이에따라 신설법인이 당분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채권단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헐값매각 시비
삼성차의 명목상 매각대금은 6,200억원이지만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3,289억원에 불과한 실정. 청산가치가 1조4,000억원 가량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4분의 1 가량밖에 건지지 못한 셈이다.
삼성차의 헐값 매각은 ‘대안없는 협상’이라는 전제조건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일본 닛산의 대주주인 르노 외에는 닛산 기술이 바탕이 된 삼성차 부산공장을 인수할 회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채권단이 협상과정 내내 르노에 끌려다닌 흔적이 역력했다. 이번 협상을 총괄지휘한 한빛은행 유한조(柳漢朝)상무도 “르노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매각조건이 불리했던 점을 이해해 달라”로 당부했다.
하지만 부산 신호공단의 공장과 설비는 자동차 생산을 전제로 할 때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성과를 인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차가 가동됨으로써 국내 지역 및 부품업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며 “특히 르노가 2005년까지 4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면 20조원에 가까운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