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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거미만 못한 인간의 자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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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거미만 못한 인간의 자식사랑

입력
200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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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미아가 되거나 버려진 아이들이 무려 9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IMF 위기를 겪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부모들이 임시보호소에 ‘잠시’ 맡겨 놓은 아이들로부터 미혼모들이 양육을 포기하여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갓난아기들에 이르기까지 나라가 온통 버림받은 아이들로 울먹이고 있다. 이러고도 곧 선진국이 되리라고 어깨를 펼 수 있는가?사람들은 흔히 거미 하면 거미줄을 쳐놓고 가만히 앉아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종류만 떠올리나, 실제로 세상에 사는 거미들의 거의 반은 거미줄을 치지 않고 자유스럽게 먹이를 사냥한다. 독거미를 연구하는 어느 생물학자의 이야기다.

그는 땅 속에 굴을 파고 납작한 흙덩이를 맨홀 뚜껑처럼 사용하여 덮고 들어앉아 있다가 굴 가까이 지나가는 먹이를 잽싸게 낚아채는 거미를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날 그는 독거미 암컷 한 마리를 채집했다. 그 거미 암컷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 암컷도 등 가득히 새끼들을 오그랑오그랑 업고 있었다. 나중에 실험실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알코올 표본을 만들기로 했다.

새끼들을 털어내고 우선 어미만 알코올에 떨궜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어미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이번엔 새끼들을 알코올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미가 홀연 다리를 벌려 새끼들을 차례로 끌어안더라는 것이다. 어미는 그렇게 새끼들을 품안에 꼭 안은 채 서서히 죽어갔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로 염낭거미를 따를 자 있으랴. 염낭거미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두루주머니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앉아 알을 낳는다. 새끼들을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밀폐된 공간을 만들었지만 그들을 먹일 일이 큰 일이다.

그래서 염낭거미 어미는 자신의 몸을 자식들에게 먹인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한다.

우리들 대부분이 징그럽다 피하는 거미들의 자식사랑이 이처럼 지극한데 어쩌다 우리 인간이 스스로 자식을 내동댕이치는 미물이 되었는가. 사실 자연계를 통털어 인간만큼 끔찍하게 자식을 돌보는 동물은 없다.

코끼리가 무려 22개월 동안 임신해 있는 것에 비하면 아홉 달은 그리 대단한 것 같지 않지만 몸집에 비하면 유난히 긴 시간이다. 갓 태어났을 때 긴수염고래 새끼 몸무게의 1000분의 1밖에 안 되는 아기를 만들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뱃속에 품는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태어난 후 자립능력이 없기로도 우리가 단연 으뜸이다. 우리 아기들이 겨우 몸뒤집기를 할 무렵이면 원숭이 새끼들은 뛰어다닌다.

그러다 보니 우리네 부모님들은 시집 장가 다 보낸 자식들까지 평생을 두고 돌보신다. 이렇게 생겨먹은 동물이 우리 인간일진대 자식을 버려야 하는 미혼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젊은이들의 성이 문란하다고만 탓하지 말고 올바른 성의 개념과 생활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무지는 죄를 낳는다. 성도 알아야 아름답다.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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