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신용불량자가 된 시민이 잘못을 인정치 않으려는 거대은행을 상대로 2년여간 외로운 싸움을 벌인 끝에 마침내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강순애(52·여)씨가 제일은행 창신동지점으로부터 난데없이 “카드대금 320여만원을 연체,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는 통고를 받은 것은 98년 초.
어처구니 없어 하는 강씨에게 은행측이 보여준 카드가입신청서에는 전혀 모르는 주소와 직장이름이 적혀있었다. 누군가 강씨가 잃어버렸던 주민등록증을 이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던 것. 잘못은 주민증의 사진과 계좌개설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은행에 있었다.
그런데도 은행은 강씨에게 “돈을 갚으라”며 사나흘마다 독촉전화를 걸었고, 지난해 초에는 이자 120여만원까지 더한 450여만원 청구내용의 최고장을 보냈다.
참다못한 강씨는 지난해 3월 서울지법에 비씨카드회원 입회신청서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으나 은행측이 과실을 인정하고 나서자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은행의 태도는 신용을 생명으로 한다는 금융기관의 행태로는 믿기지 않을만큼 무책임한 것이었다.
소 취하 열흘이 채 못돼 이번에는 `카드대금이 은행에서 성업공사로 양도됐고, 다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는 통보가 강씨에게 날아들었다. 화가 치민 강씨에게 보인 은행측의 반응은 고작 “담당자가 바뀌어 잘 모르겠다”는 식이었다. 결국 강씨는 지난해 9월 은행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25일 서울지법 민사49단독 김진형 판사는 “강씨의 비씨카드 입회 신청서는 위조된 것이므로 카드대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너무도 당연한 판결을 내렸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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