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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열전](11) 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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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열전](11) 손숙

입력
200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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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를 거쳐 나올 때마다 연극은 저한테 가장 큰 힘이 돼 주었어요.” 1999년 5월 환경부장관에 취임한 후 격려금 시비에 말려, 꼭 한 달 뒤 물러나야 했던 때는 특히나 더했다.연극계의 관행과 공직 윤리는 물과 기름이었다. 된서리 맞고 그해 11월 벌였던 극단 산울림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는 그러나 찬란한 재기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당시 공연직전 “한국의 남성중심주의, 언론의 횡포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애써 분을 삭이던 그였다.

이제는 박정자 윤석화 등 오랜 동료들과 함께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의 만원사례 기록을 갱신해 가면서, 배우로 돌아 와 있다. 배우 손숙(56), 그리고 인생이란 무대에서의 한판 역할 바꾸기.

고려대 사학과 1학년부터 연극을 했으니 40년 동안, 그는 배우다. 연극 동료이던 남편 김성옥씨가 1978년 사업에 실패했을 때도 그는 국립극단의 ‘파우스트’ 등에 몰입했다. 어려웠던 때, 배우라는 업은 얼마나 축복이었던가. “남의 인생을 통해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두 큰 스승들과의 인연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힘이다. 국립극단의 이해랑 선생은 늘 아버지처럼 그를 다독여주었다. “나를 쭉 지켜봐 온 임영웅 선생은 이번 일이 터지자, 배우로서 좋은 경험했다며 훌훌 털어버리라 했죠.” 이번 ‘세 자매’는 이해랑 10주기 기념으로 임영웅씨가 연출하는 것이니, 그로서는 감회가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다시 관직에의 기회가 온다면? “정말 열심히 하고 싶지만, 기회가 다시 올 턱도 없고…”. 그러나 곧 기운을 되찾는다.

“뭣보다 빛나는 연극 배우로 기억되길 바래요. 어디 있든 환경과 문화, 어린이를 생각하는 그런 배우가.” 지금 그는 NGO인 여성기금 준비위원회(이희호 명예총재)에 박영숙씨 등과 공동위원장으로 있다.

지난해부터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이윤택씨의 연희단거리패가 세운 밀양연극촌의 이사장으로,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을 음양으로 지원해 준다.

이밖에 SBS-AM의 토크쇼 ‘아름다운 세상’, EBS-TV의 노인돕기 프로 ‘효 도우미 0700’ 등은 지난해 9월 이후 그의 또 다른 무대이기도 하다.

‘세 자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손숙. 잘 닦인 마로니에 공원길을 가파른 산길 마냥 한걸음씩 내디뎌야 한다. 극성 소녀팬들에 둘러 싸여 일일이 사인을 해 주고 나서야 풀려 나기 때문이다. 임영웅씨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격동을 겪고 나면 배우는 훨씬 성숙하는 법”이라며 “나가 있었던 기간이 짧았던 게 연극계로서는 큰 다행이죠.” 노연출가에겐 모든 게 성숙의 과정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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