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기획/폰메일등 新 소통문화 유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화기획/폰메일등 新 소통문화 유행

입력
2000.04.26 00:00
0 0

당신은 이런 편지를 최근에 받아본 적이 있는가?‘별로 할 말이 없군. 일찍 들어와라. 특별한 일 있으면 항상 이메일로 연락해라’. 가나화랑 직원 김명선(36)씨가 남편(김영남·37)으로부터 처음 받은 이메일이다.

‘언니 몸도 마음도 힘드네요. 고마워요.’(기자가 최근 받은 문자메시지)

‘편지’가 사라졌다. 그러나 또 다른 편지가 나타났다. 바로 ‘멜’이다.

‘멜’은 ‘메일’을 통신 용어로 쉽게 부르는 말이지만 거기에는 일반적 의미의 ‘메일’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이메일과 폰메일.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이용한 편지쓰기, 메시지 주고 받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편지’가 아닌 ‘멜’은 이 땅에서 사람 사이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 편지, 삐삐, 그리고 메일

그녀는 전화기를 붙잡고 몇개의 버튼을 누른 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붙잡고 있다 말없이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3, 4년 전 호출기, 일명 삐삐가 첨단 개인 통신기기였을 때 학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 커뮤니케이션은 ‘독백’이다.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초기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난데…”로 시작하는 통화 때문에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도 옛말.

휴대전화 보급이 급속화하고, 인터넷 사용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휴대전화를 튼 채 고개를 숙이고 뭔가 열심히 눌러대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 그리고 빙긋이 미소짓거나 킬킬거리는 사람들.

‘무언의 커뮤니케이션’. 바로 ‘멜’이다. ‘아침 먹었냐’에서 시작해 ‘사랑한다’ ‘저녁에 시간 있느냐’ ‘그냥’ 등 내용도 다양하다. 단순한 내용을 주고 받는 일이지만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아침 저녁 얼굴을 보는 사이라도 하루에 몇번씩 멜을 주고 받아야 한다. 바로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 편지는 중독이다

전자편지의 수요는 최근 폭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폰 메일 이용료를 건당 30원씩 부과한 지난해 8월 월 사용건수는 2,800만 건이었으나 지난 3월말의 경우 1억 2,000만건으로 늘어났다. 8개월 만에 4배 이상 사용이 폭증한 것이다.

이메일도 마찬가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이메일서비스의 경우 메일을 처리하는 디스크 용량이 지난해 600기가에서 이달 7테라(7,000기가)로 늘어났다. 가입자가 1,000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5배 증가한 반면, 메일은 11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글쓰기’를 통한 개인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는 인터넷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로 꼽힌다. 친구, 연인끼리나 오가던 전자 편지는 광범위하게 전파됐다. “이렇게 보내려면 차라리 보내지 말지 하다가도 막상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주부, 아침에 와서 꼭 거래처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낸다는 한 벤처기업 직원의 말처럼 전자메일은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이메일의 장점은? 손으로 쓸 필요가 없다, 바로 써서 바로 보낼 수 있다, 공짜라는 것 등이다. 원고지에 쓰는 글이 이성적인 경향을 띠는 반면, 컴퓨터로 글을 쓸 경우 감성적이 된다는 어느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세게 편지글 보다 훨씬 덜 형식적으로 보인다.

‘조탁’ ‘퇴고’란 말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유머나 화려한 플래쉬 카드를 찾아 보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법과 맞춤법은 다 제각각이다.

■ 내 얘기 좀 들어볼래요

이런 자유로움은 드디어 ‘고백적’ 편지쓰기의 형태까지 낳았다. ‘하늘나라’(www.haneulnara.co.kr) 사이트는 편지를 받을 수 없는 그리운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친구야, 잘있니?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지두 벌써 7개월이 넘어간다…넌 천국에서 잘 있겠지…’(ID:SUPEA). 하늘로 떠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다. 여자친구에게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하는 내용부터 ‘지금 이 상태 이 마음으로 군대에 간다면 탈영할까 두렵다’는 고백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편지를 공개적으로 띄울까. 자신의 감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편지쓰기는 또다른 ‘이벤트’의 하나다. 길거리에서의 DDR이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듯, 자신의 편지를 공개하는 것 역시 그들에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이다.

문자 사서함이나 이메일을 이용한 글쓰기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슈화, 이벤트화’하는 신세대 문화의 한 상징이다. 문화는 전염된다. 때문에 그들의 이벤트는 낯선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을 모색하려는 ‘쉰세대’들에도 낯선 즐거움을 안겨준다.

□ 공짜는 없다

그러나 알아둘 것 하나.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개인 메일을 뒤져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분석하기도 한다.

또 포탈사이트가 이메일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것은 회원의 신상 내용이 각종 마케팅의 기본 데이터가 되기 때문. 아마 이메일의 빈도와 성향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게 된다면 전자편지를 주고 받는 행위 자체가 데이터로 더욱 유의미해질지도 모른다. 세상에 진짜 공짜는 별로 없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폰메일, 진정성 담아내기엔 부족

대학 2학년인 P양은 이번달 전화요금의 반 이상이 문자메시지 요금. 하루 20여건의 메시지를 보낸다. ‘졸려’. 수업 시간 중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자!’아니면 ‘놀러 갈래?’ 이렇게 답장이 온다. 강의시간에 몰래 주고받는 메일이야말로 지루한 학교생활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기 때문. 폰메일은 이전의 ‘쪽지’문화를 대체하고 있다.

폰메일은 가장 쉽고 빠르게 친교를 표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상대방에게 뭔가를 보냄으로써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사 표시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L군은 학기초 한 후배가 보내온 썰렁한 폰메일 유머로 그와 안면을 틀 수 있었다. 더군다나 폰메일만큼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수단도 없다.

문자메시지에 비하면 이메일은 다소 건조하다. 서너 개의 포탈사이트에서 받은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는 Y군은 하루 10-20통의 메일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팸메일. 그밖에도 스터디 자료화일이나 리포트 화일 같은 공식적인 내용이다. 며칠전 그는 메일이 오면 휴대폰으로 착신알람을 받도록 한 서비스를 해제해 버렸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일단은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 불편하기 문이다. 차라리 보내고 확인전화를 주고받는 게 편하다.

K양은 의대 진학을 강권하는 부모와의 갈등을 절절하게 담은 친구의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요새 청소년 대상의 라디오방송에서는 육필로 쓴 편지와 엽서는 거의 무조건 채택된다고 한다.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넘치는 시대, 어쩌면 촌스럽고 더딘 아날로그식 편지야말로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지도 모른다.

■휴대폰 유머

그림문자

휴대폰의 아이콘을 이용하여 갖가지 상징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당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요하는 유머. 이모티콘(emoticon)은 휴대폰이 보편화하기 이전 PC통신 채팅에서도 흔히 쓰였지만 폰메일이 생긴 이후 더욱 다양해졌다.

토끼시리즈:()()~☆ 호기심 많은 토끼 ()() 돈에 눈이 먼 토끼

(@.@) ($.$)

스포츠시리즈 : \( O )/~~~~ 리본체조 \( O )/○ 훌라후프체조

썰렁시리즈

다시만나줘…미역은 너줄께

나 너 보구 시퍼…렇게 질렸다

너무해…난 배추할께!!

우리 앞으로 만나지 말자…뒤로 만나자

황당 음악편지 시리즈/

“귀하에게 음악편지가 와 있습니다. ‘통화’를 누르면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버튼을 누르니 방금 전에 통화한 엄마 목소리 “또 왠 일이니?”

“할 말이 있어서 700-****에 남겼어. 미안해 안녕”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조심스럽게 번호를 누른 순간 나온 메시지 “귀하가 거신 700-****는 아동기금 2000원으로 모금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