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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제정 19회 한국교육자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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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제정 19회 한국교육자 대상

입력
200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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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경위와 소감"미래의 희망위해 헌신하는 스승들에 외경심"

올해로 제19회를 맞는 한국교육자대상은 40만 초·중·고교 교육자 가운데 참스승의 표상이 될 분을 발굴함으로써 사회의 존경과 격려를 전하고,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일보사가 제정한 교육계 최고의 상입니다.

2세 교육에 정진하는 최고의 교육자를 뽑는 상인 만큼 심사위원 7명 모두는 두달여에 걸친 심사기간에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후보로 추천된 분은 초등 40명, 중등 43명으로 모두 83명입니다.

이 분들은 16개 시·도교육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또는 세 분 이상의 교장선생님 추천을 받은 분들로서 지역사회의 검증을 거친 우수한 분들이셨습니다.

3월9일 1차 회의에서 심사기준을 토론·확인하는 과정에서 헌신의 지속성,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노력, 숨겨진 참스승 발굴에 초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4월4일까지 서류검토를 거쳐 수상후보자를 좁혀나갔습니다.

4월7일 2차 심사회의에서 대상 및 스승의 상 후보자 34명을 선정했고, 한국일보 기자들로 하여금 현지실사를 하도록 해 대상 수상자 2명, 스승의 상 수상자 32명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심사를 거치면서 교육현장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사랑을 갖고 미래의 비전과 희망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모습은 숙연한 존경심과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했습니다. 모든 분께 상을 드려야 마땅할 터이지만 몇 분만 드려야 한다는 것은 힘겨운 고심의 과정이었음을 밝혀둡니다.

교육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사명감으로 2세 교육을 위해 오늘도 헌신하고 고민하고 실천하시는 스승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장상 시사위원장 이화여대 총장

◆ 심사위원(무순)

-. 한승헌(韓勝憲) 변호사(전 감사원장)

-. 김병익(金炳翼) 문학평론가

-.장 상(張 裳) 이화여대 총장

-. 김학준(金學俊)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김조녕(金朝寧)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 윤정일(尹正一) 서울대 사범대 교수

-. 문창재(文昌宰)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박종규 서울 예일초등학교 교사

박종규(朴鍾圭·55) 서울 예일초등학교 교사는 33년 교직생활을 ‘느낌을 주는 과학교육’에 바쳐왔다.

청주고와 서울교대를 졸업한 뒤 1965년 서울 이태원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할 무렵 어류학자 최기철(崔基哲·전 서울대 교수) 박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과학교육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를 위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는 교육모토를 그렇게 정했다.

“지식을 많이 전해주기보다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에서 느낌을 얻을 수 있으면 지식은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재미난 과학교육을 위해 일본에서 마술까지 배워왔고, 이번 학기에도 이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박 교사에게 과학교육의 최대 장벽은 교육자료의 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79년 젊은 과학교사들과 함께 초등과학발전연구회를 만들어 매주 수요일 모임을 가지면서 자료를 쌓아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88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예일초등학교 앞 사무실에 초등과학정보센터를 설립, 과학교사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재직하는 학교마다 벌이고 있는 과학대중화 작업의 성과는 엄청나다. 79년 개설한 겨울과학교실에는 4,600여명의 어린이가 참가했으며 목화재배전시회와 과학공작대회, 과학실험실 개방도 호응이 컸다.

특히 88년 자비로 초등과학정보센터내에 어린이과학관을 만들어 각국의 과학교과서 등 총 3만여점의 흥미로운 과학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소년한국일보에 87∼91년 ‘생활 속의 과학상식’을 연재하는 등 신문기고 및 방송출연과 함께 83권의 저서를 발표, 과학을 적극 알려온 덕에 ‘국민교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박 교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사이언스카’(과학자동차) 운영과 ‘수퍼마켓 사이언스 방법론’의 정립이다.

사이언스카는 소외지역 어린이들이 과학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실험기구와 교육기자재를 싣고 다니는 차로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도움으로 15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수퍼마켓 사이언스 방법론은 수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상 잡화를 이용해 ‘쉽고 친근한 과학실험’을 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박 교사는 “제자들이 어느 분야로 진출하든 과학적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으로 성장해주기를 바란다”며 “교장, 교감 같은 관리직 대신 영원한 과학교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이화순 대전맹학교 교사

3교시 중등과정 컴퓨터 시간을 마치고 교무실로 들어선 원피스 차림의 이화순(李花順·46) 교사는 영락없는 시골아줌마였다. 수더분한 외모에 선하디 선한 눈매…. 그러나 대전맹학교에서 거의 별명은 ‘아줌마’가 아니라 ‘어머니’혹은 ‘누나’다.

“왜 특수교육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이 교사는 찢어질 듯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경북 칠곡에서 빈농 집안의 7남매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 사환 일로 돈을 벌어 여상에 진학하고 나서 스스로 감격해했을 정도였다.

특수교육은 중학교 은사의 친구인 대구대 김정권(金正權·특수교육) 교수를 통해 알게 됐다. 특히 ‘학비가 거의 공짜’라는 게 매력이었다. 주경야독으로 한국사회사업대(현 대구대)를 졸업하고 1977년 대구광명학교에 처음 부임할 때까지만 해도 특수교사직은 직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장애학생들과의 만남이 하루이틀 이어지면서 “가슴 한켠에 뭔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79년 대전맹학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교사의 일과는 어느덧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도실명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 맹학교를 찾은 학생들, 불우한 가정환경에 눈마저 멀어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 이 교사는 82년부터 2년여간 아예 학교 기숙사로 이부자리를 옮겨놓기도 했다. 전학온 학생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둘러보는 도우미 역할을 도맡는가 하면 방과 후에는 기숙사에서 상담자 역을 자원했다. 신체장애로 자칫 마음마저 비뚤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일까. 서른이 넘은 졸업생들도 친정어머니를 찾듯, 누나를 찾듯 어려운 일만 생기면 이 교사를 찾는다.

그는 시각장애인 컴퓨터 교육에 관한 한 권위자다. “정상인보다 컴퓨터가 더 필요한 이들이 시각장애인입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면 워드프로세서는 필수지요.” 이 교사는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길라잡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아직도 ‘봉사’ ‘헌신’이란 단어만 들이대면 낯을 붉히면서 손사래를 치는 이 교사는 “이들과 함께 있다보니 매사에 감사할 줄 알게 되고 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맏딸 정보연(鄭寶姸·21)씨도 공주대 특수교육과에 재학중이다.

/대전=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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