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제패, 시즌 20승 달성, 그리고 사이영상 수상.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지 5년만에 50승 고지를 밟은 박찬호(27·LA다저스)의 세가지 꿈이다. 아직 이룬 꿈은 없다.하지만 올해는 예감이 좋다. 데뷔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박찬호 자신뿐 아니라 소속팀 다저스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어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 높다.
■ 월드시리즈마운드에 오른다
시즌 초반이지만 LA다저스는 12년만에 월드시리즈 문턱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
1988년 오렐 허샤이저의 활약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다저스지만 24일(한국시간) 현재 신시내티와의 원정 3연전을 독식하며 개막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단독선두(11승 6패)로 치고 올라갔다. 88년 이후 최고의 초반 레이스다. 이런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는 게 소원인 박찬호의 첫째 꿈이 이뤄질 수 있다.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박찬호는 선발로 나설 게 확실하다. 그가 만일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다면 동양인 최초로 기록된다. 2년연속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던 팀을 불펜에서 지켜보던 일본인투수 이라부를 능가하는 것이다.
다저스 파란의 주역은 박찬호와 찬스를 놓치지 않는 클린업트리오. 시즌전 전문가들은 기복이 심한 젊은 선발투수들을 최대 약점으로 꼽았다. 오죽했으면 케빈 브라운이 매일 던질 수 없는 것이 다저스가 우승후보가 못되는 이유라며 비아냥댔을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브라운이 부상으로 빠진 다저스는 8승3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어율 3.38의 박찬호 덕분이다.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클러치 히터도 늘었다. 좌타자 숀 그린이 영입돼 좌우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게리 셰필드는 3할8푼2리의 고타율에 7홈런(리그1위)을 쏘아올리고 있고 8번 케빈 엘스터도 5개의 홈런을 기록해 힘자랑을 하고 있다.
■ 20승 달성
20승 고지는 높다. 에이스 칭호를 듣기 위해선 꼭 넘어야 할 산이다. 한해 162게임을 소화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의 등판가능 경기는 32게임 정도. 4게임만에 3승을 건진 박찬호의 목표는 첫 20승 돌파.
박찬호는 지난해까지 시즌 초반 헤매다 막판 스퍼트로 15승 안팎의 성적을 올렸다. 올스타 게임전에 10승 고지만 넘어선다면 20승은 떼어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 더위에 유독 강해 ‘여름의 사나이’로 불리는 그에게 7, 8월은 승수쌓기의 계절이다.
첫 20승은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신분이 되는 그의 몸값을 한껏 부풀릴 배경이 된다. 유독 좌타자에게 기가 죽었던 그가 올 시즌 빠른 직구와 가다듬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2할대로 낮춘 것도 좋은 징조다. 또 경기마다 홈런포를 뿜어대는 도우미가 2명으로 늘어난 것도 행운이다.
■ 사이영상수상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바라는 최고 영예는 사이영상 수상. 매년 각 리그 최고의 투수 1명에게만 주어지는데다 높은 승수뿐 아니라 3점이하의 방어율, 리그정상급의 탈삼진, 승률을 기록해야 후보로 거론된다.
99년 사이영상 기대주로 손꼽히던 박찬호는 부진으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올 시즌 20승 고지를 밟고 팀마저 정상에 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88년 팀의 우승을 이끈 불독 허샤이저(88년 사이영상 수상)의 조언이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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