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돈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여져졌던 바둑계에도 드디어 벤처 열풍이 불어 닥쳤다. 하기야 사람을 모을 만한 아이템이면 무엇 하나 남겨 두지 않는 벤처사업가들이고 보면 1,000만 동호인을 자랑하는 바둑이 이제서야 돈벌이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은 오히려 때늦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물론 지금까지 바둑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바둑에 미친 마니아들이 재미삼아 제작하는 비영리성 홈페이지이거나 기존 통신업체나 일간 신문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부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었는데, 최근에는 사이버 바둑을 주 콘텐츠로 하는 자본금 수십억원 규모의 본격적인 벤처사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초 대화형 대국 시스템을 주무기로 하는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프라임클럽이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 갔고, 한국기원은 세계 사이버 기원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30억원 규모의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조훈현 김희중 등 전현직 프로기사들이 저마다 대표이사를 맡아 직접 바둑 벤처기업 경영에 참가키로 하는 등 크고 작은 바둑 관련 사이트가 수십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바둑계의 벤처 열풍은 바둑이 바둑판과 바둑돌이라는 한정된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점에서 바둑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바둑의 산업화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이 다양하게 검토되었지만 게임의 특성상 관중을 동원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는데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은 이같은 바둑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 경쟁 원칙이 적용되는 인터넷 시대에 과연 바둑이 스스로의 상품성을 얼마나 획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바둑 사이트들이 저마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규모 바둑대회 개최나 주요 기전 생중계, 바둑 강좌, 프로기사들의 지도 다면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같은 바둑 콘텐츠의 개발은 단시일 내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기존 활자 매체 시대의 그것보다 더욱 섬세하고 치밀해야 할 것인데 과연 그런 각오와 기술력이 뒷받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벤처기업이 그렇듯이 한순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정열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인터넷 바둑 사업은 먼 미래에도 바둑이 계속 범국민적인 대중 오락으로 살아 남기 위한, 어쩌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박영철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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