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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살고 나라사는 길 열었다

입력
200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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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영수회담은 ‘신뢰를 복원, 상생의 정치를 이루자’는 선언으로 평할 수 있다.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지난 2년의 정쟁을 더이상 반복하지 않고 이제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해 대화와 협력의 정치, 생산적 정치를 추구하자고 다짐한 것이다.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초당적 협력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정국 차원을 넘어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영수회담에서는 실천력을 담보하려는 노력도 두드러졌다.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 선거사범 수사의 공정성 확보 등은 향후 여야관계를 뒤틀리게 할 소지들을 가능한한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실질적 협력관계의 구축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미래전략위·공약공동추진협의체 신설, 인권법·통신비밀보호법·부패방지관련법의 조속 처리, 집단이기주의 불용, 산불·구제역 피해의 조속한 회복 등의 합의는 파트너십의 실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청와대 등 여권은 진지하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들에 그럴듯한 제스처를 보이려는 게 아니고 국정운영을 위해 정말 야당과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고 회담 성과를 평가, 실천에 의미를 두는 목소리를 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수시로 만나자고 합의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1년 1개월만의 대좌끝에 이루어진 이들 합의는 정치 상황의 산물인 측면도 있다. 총선 결과가 어느 한 쪽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견제의 구도로 나타나 여야가 서로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된 것이다.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치고 국정운영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이총재는 독선적 이미지를 불식하고 대권주자로서의 포용력을 보여주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는 협력의 정치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면 대화와 협력의 기조가 흔들릴 우려도 적지않다. 당장 16대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이견이 영수회담 합의의 실천여부를 가늠하게할 전망이다. 여권과 자민련의 공조복원, 무소속의 여당 입당 등 정계개편의 요인도 잠복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총재와 한나라당이 반(反)DJ정서를 기반으로 하고있다는 점이 복병이다. 상생의 정치를 선언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정국주도권을 잡으려는 힘겨루기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영수회담의 성패는 공동발표문의 합의사항에 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대립된 현안에서 얼마나 대승적 타협을 이룰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영성기자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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