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실무창구 4인이 23일과 24일 3차례, 총 6시간45분에 걸쳐 마라톤 절충 작업을 벌인 공동 발표문의 핵심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은 대목은 남북정상 회담에 관한 것이었다.한나라당은 “국민부담이 되는 대북 경제지원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남북회담에서 국가안보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북 지원은 법률에 의해 한다”는 수준의 문안을 제시했고, 상호주의·대한민국 정체성·국가안보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난색을 표했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 정체성과 국가안보는 23일 밤 2차 접촉에서 정리가 됐지만, 대북지원 대목은 24일 아침 회동에서도 끝내 결론을 보지 못했다.
이 바람에 이회창 총재는 청와대로 가기 전 이한구 정책실장 등을 따로 불러 국회 동의에 관한 헌법 조항까지 확인했고, 영수회담 석상에서 ‘법률에 의해’란 부분을 삭제한 채 당초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켰다.
대신, 여권은 “여야는 남북정상 회담이 실현되게 된 것을 다같이 환영한다”는 문구를 발표문 모두에 추가시켰다.
상호주의 원칙도 다소 시간이 걸린 대목. 청와대와 민주당은 ‘경제 협력’ 분야에만 국한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은 포괄적 상호주의를 요구, 결국 ‘경제협력 등에 있어서 상호주의 원칙을 지키고...’로 낙착됐다.
지역갈등 해소와 관련, 한나라당은 편중인사 시정문제를 거론하며 인사청문회도입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나, 청와대와 민주당은 선언적 의지표명 정도로 하자고 맞서 ‘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 공동노력한다’는 일반적 언급으로 넘어갔다.
발표문 내용중 국회내 미래전략 위원회(가칭) 설치·여야 정책협의체 구성은 한나라당이, 정치개혁 조속 이룩·개혁입법 조속 처리·집단 이기주의적 불법행위와 경제안정 저해 불용은 여권이 요구한 것이다.
영수회담 수시개최는, 한나라당의 정례화 요구를 여권이 일정부분 수용한 것이었고, 금권·관권 선거 문제는 여권의 버티기가 성공, 발표문 대신 대화록 언급으로 대체됐다.
/홍희곤기자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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