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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산불피해 가족의 '난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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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산불피해 가족의 '난민생활'

입력
200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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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레인지 불만 봐도 숨이 막히고 밤중에 헛소리를 하며 깨곤합니다.”강원 강릉시 사천면 사천중운동장. 컨테이너에서 불편한 생활을 견디고 있는 산불이재민 김옥항(51·여)씨는 “살아갈 일이 걱정”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 김진태(50)씨는 “술이라도 마셔야 견딜 수 있다”며 안하던 낮술을 한다.

4평 남짓한 컨테이너안에는 빈술병 이불 라면박스 신발 등이 널려있고 한쪽 귀퉁이에 수채통과 식기, 쓰레기통 등이 자리를 잡았다. 좁은 공간에서 장성한 아들(28) 딸(23)이 함께 기거하느라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곳에는 25세대 80여명이 입주해 있다. 화장실은 학교화장실을 이용하고 세수는 마을회관의 수도를 사용하지만 찬물이어서 아이들의 고통이 크다. 샤워나 목욕은 꿈도 못꾼다.

냉장고가 없어 반찬을 해놓으면 하루도 안가 쉬어버리고 TV나 신문이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컨테이너 바닥에는 열선이 깔려있으나 이재민들은 전기료가 두려워 밤낮으로 추위에 떨고있다.

최금순(38)씨는 “어린애들이 있어 열선에 전기를 넣으면 하룻밤에도 30-40㎾씩 메타가 올라가 추운대로 버틴다”며 전기료를 걱정했다. 한전은 컨테이너마다 계량기를 달았다.

최씨네도 집은 물론 지난해 새로 산 콤바인(3,000여만원)과 이앙기 경운기 등이 전소해 농사지을 일이 막막하다. 씨감자를 심고 씌운 비닐이 불타고 못자리도 늦어졌다.

이재민들은 겨울이전에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불얘기만 나오면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면증 호흡기·안과질환에 시달리는 이재민들도 많다.

/갈릉=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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