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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때 IMF권고반대 '여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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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때 IMF권고반대 '여장부'

입력
2000.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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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가 중앙은행인 ‘네가라 은행’의 새 총재에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52·사진) 부총재를 지명했다. 최초의 여성 중앙은행 총재로 기록될 아지즈는 내달 1일 정식 취임하게 된다.아지즈의 발탁을 두고 말레이시아 금융정책의 변화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금융·외환시장의 관할권이 여성에게 넘어 감에 따라 정책이 유연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아지즈는 말레이시아가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 자본통제 및 고정환율제를 실시했던 1998년 9월 부총재에 오른 ‘강골’이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가 극단적인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상황에 맞는 ‘자본통제’를 적극 옹호했다. 아지즈는 부총재를 맡기 직전 총재 보좌역으로, 총재와 부총재가 자본통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동반 사퇴하자 1주일간 총재대행을 맡기도 했다.

아지즈는 말레이시아대학 부총장을 지낸 웅쿠 아지즈 교수의 딸로, 78년 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통화 및 국제경제학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85년 네가라 은행에 입행한 그는 89년 런던지점장을 거쳐 거시경제 분석 및 은행 분야의 핵심 업무를 맡아왔다.

자본통제 옹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아지즈 총재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질서를 왜곡해 온 정치적인 압력 등에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여전히 중앙은행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지즈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으며, 네가라 은행의 독자적인 정책 추진역시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경제가 회복되면서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가라 은행으로서는 링키드화 환율 조정 또는 고정환율제의 철폐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가 아지즈에게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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