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 대한 흠모와 열광은 청소년기의 특징이자 특권 아닐까. 어떤 배우나 가수도 좋아하지 않고 사춘기를 끝냈다면 오히려 정서를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이 들어 추억의 노래와 영화를 떠올릴 게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한때의 열병과도 같았던 우리 시대의 스타와 노래를 추억하게 해주는 영화가 아담 리프킨 감독의 1999년 작 ‘디트로이트 락 시티(Detroit Rock City)’(12세·스타맥스)이다.1978년의 오하이오 클리브랜드의 로버트 F. 케네디 고교에 다니는 호크(에드워드 펄롱), 젬(샘 헌팅톤), 펙스(주세페 앤드류스), 트립(제임스 드 벨로)은 디스코 열풍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음악이라고 비난받는 키스의 음악에 흠뻑 빠져 있다. 디트로이트시의 코보 홀에서 열리는 키스의 콘서트 표를 사두고 흥분해 있는데 저승사자 같은 젬의 엄마가 표를 불태운다. 여기서 주저 앉으면 안되지라고 다짐한다. 키스의 멤버 이름을 맞추는 퀴즈에 담첨돼 의기양양하게 디트로이트로 가는데, 너무 흥분해 이름을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바람에 표는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듣는다.
키스의 콘서트장에 들어서기까지, 네 남학생이 하루 동안 겪게 되는 갖가지 사건은 청춘의 통과의례이자, 기성 세대에 대한 실망과 조롱, 답습을 상징한다. 짝사랑하던 여자 친구와의 키스는 총각딱지 떼기로 발전하고, 남성 스트립 바에서의 열연은 연상의 여인과의 데이트로 이어진다. 또한 수퍼마킷을 털려다 오히려 강도를 당하는가 하면, 고해 성사를 받는 신부님은 자극적인 성 체험담을 듣고 싶어 안달한다.
깜짝 출연한 키스의 대표곡은 물론 블랙 사바스, 산타나, 데이빗 보위, 반 헬렌, ELO, UFO 등의 음악이 적절한 순간에 선곡되어 감탄을 자아낸다. “엄마가 내 나이 때를 기억한다면”이라는 대사가 말해주듯 386세대를 위한 영화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팬 클럽간의 난투극, 매니저의 인기 조작, 실망을 두려워한 우상에 대한 살인을 묘사하여 관객을 심란하게 만드는 김기영 감독의 ‘진실 게임’과 비교해 보면 ‘디트로이트…’의 건강성이 더욱 돋보인다.
감상포인트/추억의 노래 감상을 위해, 그리고 요즘 세대의 스타 열광을 이해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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