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1차 준비접촉은‘탐색전’으로 1시간 20분동안 진행됐지만 향후 회담을 낙관할 수 없게 하는 달갑지 않은 징후가 표출됐다.1차 접촉은 의제와 관련해 양측의 미묘한 입장차가 노출된 시발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양측의 입장은 기조발제등을 통해 표면화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은 준비접촉에서는 실무절차뿐만 아니라 정상간에 협의할 본질적 내용들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제 합의에 무게중심을 두는 우리측 협상전략이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장인 김령성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참사는 모두발언에서 4월 8일 합의문정신을 강조한뒤 “현안을 해결하자면 근본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측이 주의제로 삼고자하는 이산가족, 경제협력보다는 주한미군, 국가보안법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회담장에 나타난 북측수행원들과 기자들도 회담장주변에서 남측 관계자들에게 근본문제를 강조했다.
북측은 또 준비접촉직후 방송을 통해 “준비접촉에서 실무절차문제들을 빨리 합의함으로써 온겨레에게 밝은희망을 안겨줘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의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북측은 절차 문제에 관해 경호, 의전, 통신등에 관한 실무자 접촉을 갖자는 남측 제의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의 근본문제 우선 논의는 북측의 진의가 아닐 수 있다고 본다. 정색으로 근본문제를 다룰 경우 정상회담성사 자체가 어려울수 있기 때문에 북측의 근본문제 카드는 남측 견제용이라고 분석한다. 당국도 북측태도를 탐색전의 일환으로 간주하면서 해석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결국 27일 2차 준비접촉에서 북측은 정상회담 의제 대표단규모등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남측에 껄끄러운 의제를 고집하고 나올 경우 준비접촉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수 밖에 없다. 2차 접촉이후 의제문제로 양측이 다툰다면 양측은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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