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는지. 진지하게 말렸어야 했는데….”21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2반 사무실. 아들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히로뽕을 구입, 밀매하려다 덜미를 잡힌 최모(67·여)씨는 긴 한숨과 함께 뒤늦은 회한의 눈물을 떨궜다. 히로뽕 투약 및 판매혐의로 이미 철창신세를 지고 있는 아들과 딸, 사위에 이어 자신마저 쇠고랑을 찼기 때문이다.
고됐지만 단란했던 최씨 가족이 ‘히로뽕 덫’에 처음 걸려든 것은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0여년전부터 아버지없이 자랐지만 효성만큼은 지극하던 최씨의 장남 이모(49)씨. 1979년 부산의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힘들게 사는 어머니를 돕겠다는 생각에서 그만 히로뽕 ‘덫’에 걸렸다. ‘중간상으로 돈을 벌어 보겠다’던 이씨는 이내 백색가루에 중독됐고, 이후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 위반 혐의로 10차례나 감방을 드나들게 됐다.
이씨의 몰락은 결국 최씨 가족 전체를 파멸로 몰아갔다. 만신창이가 된 집안 처지를 비관한 최씨의 막내 아들은 15년전 돈을 벌겠다며 가출해 소식이 끊겼다. “마약을 계속하면 나도 따라 하겠다”며 오빠를 말리던 딸(40)도 2년전 이미 마약에 중독돼 있던 사위(40)와 함께 ‘환각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딸은 수감중 출산한 관계로 현재 형집행정지 상태이다.
자식을 모두 마약에 빼앗긴 최씨에게 남은 것 역시 마약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최씨는 마약 공급책인 아들 친구에게 부탁, 히로뽕 20㎚(시가 1억8,000만원 상당)을 전달받은 뒤 자신의 집에 보관하면서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최씨에 대해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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