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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릇으로 식탁을 꾸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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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릇으로 식탁을 꾸며보자

입력
200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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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질감 정겨운맛 솔솔모시나 삼베처럼 투박한 질감을 지닌 우리 옛 그릇들이 식탁에 다시 오르고 있다. 기계로 찍어낸 듯 정교하고 세련된 서양식기에 밀려 한때 부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나 싶었던 우리 그릇들. 옹기와 분청사기, 목기와 놋그릇, 혹은 청자나 백자에 이르기까지 기껏해야 집안을 고풍스럽게 장식하는 관상용에 머물던 전통 그릇들이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생활 자기’의 시대다. 서울 강남의 고급스런 퓨전레스토랑에서 흙냄새나는 옛 그릇을 마주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굳이 인사동이 아니더라도 대중적인 생활자기를 살 수 있는 아트숍이나 공예전문화랑도 부지기수다.

그릇을 바꾸면 음식맛도 달라진다. 식탁 위에 올려졌을 때 우리 옛 그릇들은 어떤 매력을 줄 수 있을까. 생활자기 브랜드 ‘소반’을 보급 중인 공예전문갤러리 ‘핸드 앤 마인드’(02-3442-4252)의 큐레이터 전명옥씨는 “전통 도자기는 서양식 그릇처럼 매끈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음식의 맛깔을 한결 살려줄 뿐 아니라 오래 두고 써도 쉽게 물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그릇마다 만든 이의 정신과 손길이 담겨져 있어 식사를 하면서 그릇에 얽힌 유래나 에피소드를 화제삼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봄날, 우리만의 독특한 멋과 조형미가 담겨 있는 옛그릇으로 식탁을 한번 장식해보면 어떨까.

■옛 그릇과 음식의 조화

음식의 양과 색상, 국물이 있는 지 여부 등을 잘 살펴 균형만 제대로 맞춰준다면 전통 그릇은 어떤 종류의 음식하고도 훌륭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퓨전 풍의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는 우리 그릇이 더할 나위없이 안성맞춤이다. 소박하면서도 서민적인 분청사기나 옹기에 야채샐러드나 과일, 아이스크림 등 찬음식을 담으면 한결 신선하고 시원해보인다. 전이나 찌개, 생선구이나 조림 등 일상적인 우리음식과도 두루 궁합을 맞춰볼 만하다.

밥그릇이나 국그릇 처럼 자주 쓰는 용기는 청자나 분청사기보다는 값도 저렴하고 흙의 치밀도가 높아 단단한 백자가 적합하다. 백자는 특히 어른들을 모시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등 격식을 갖춘 식탁에 잘 어울린다.

사찰 음식에 흔히 쓰이는 목기는 국물이 있는 음식보다는 마른 음식을 담는 것이 담음새도 예쁘고 재질상 궁합도 잘 맞는다. 요즘엔 동양 3국의 전통자기를 혼재시킨 ‘젠(禪) 스타일’의 검은색 자기(흑유)들도 시중에 많이 나오는데 흑유는 양식이나 퓨전 음식을 담으면 음식이 한결 먹음직스럽고 세련돼 보인다.

■생활자기의 구입과 사용법

생활자기를 고를 땐 우선 유면에 미세한 균열이 있는 지를 살펴 이를 피해야 한다. 음식을 담다보면 균열 부분에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자기를 처음 구입해 사용할 때는 세재를 푼 물에 담가 깨끗이 씻거나 끓는 물에 삶은 뒤 쓰는 것이 좋다.

제조나 유통과정에서 먼지나 불순물이 묻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자가 큰 점토로 만들어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쉬운 분청사기의 경우 미리 뜨거운 물에 담가 물을 흡수시킨 다음에 사용해야 균열을 방지할 수 있다.

테두리나 문양을 금 또는 은을 넣어 장식한 그릇은 장식이 벗겨질 수도 있으므로 금속 수세미로 닦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능한 한 부드러운 스펀지를 사용해 씻도록 한다.

전자파에 약하므로 전자레인지에 넣는 것도 절대 금물. 굽이 달린 도자기를 사용할 땐 샌드페이퍼로 까칠까칠한 굽 부분을 문질러 말끔히 정리해주어야 식탁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나무를 깎아 옻칠을 한 목기는 먼저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고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준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색이 변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 생활자기의 설거지

도자기는 재질의 특성상 설거지를 하다가 금이가거나 깨지는 경우도 많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그릇을 개수대에 넣는 것은 부딪혀 깨질 위험이 있으므로 피한다.

도자기에 음식물을 오래 방치하면 냄새나 얼룩이 배기 쉬우므로 식사 후엔 곧바로 깨끗이 닦아 보관하는 습관을 들인다. 수돗물에 닦은 뒤에도 음식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식초를 섞은 물에 담가 두었다가 씻어낸다.

설거지 후엔 반드시 마른 행주로 닦아 통풍이 잘되는 곳에다 보관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그릇을 보관할 때는 그릇과 그릇 사이에 종이를 끼워둔다. 자칫 그릇 자체의 무게에 의해 깨지거나 흠집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이를 끼우더라도 되도록 접시는 10개, 면기는 5개 이상은 포개놓지 않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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