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 초기 국군에 의한 정치범 대량 학살사건은 당시 미극동군 최고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또 존 무초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이승만 대통령과 신성모 국방장관에게 국군의 처형을 중지해 줄 것을 요구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AP통신은 21일 최근 비밀해제된 미 국방부 등의 1급 비밀문서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와 USA 투데이 등 미국의 유력지들도 AP통신을 인용, 이같은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한국군에 의한 대량학살사건은 당시 한국군을 사실상 지휘하던 미군 고위층에도 보고돼 맥아더 사령관도 알게 됐으며 맥아더 사령관은 무초 주한대사에게 ‘적절한 처형’인지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따라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과 신 장관에게 이를 ‘불법적이고도 비인간적인 처형’으로 규정하며 이를 항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범 학살사건이 당시 미군 고위층과 한국정부 수뇌진의 인지아래 이루어졌음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초대사는 1950년 8월25일 맥아더 사령관의 고위 예하장군인 월턴 워커 미 8군사령관(중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군과 경찰 등이 공산군 등을 무단 처형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적적한 법절차에 따라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고 적었다.
또한 대구근교 덕천리 학살현장에 있었던 미 육군 헌병조사관 프랭크 피어스 상사는 중대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군이 극히 처참하게 정치범들을 대했으며 여성과 12·13세된 어린이까지 포함된 200-300명이 덕천에서 처형됐다”고 기술했다.
또한 AP는 무초대사의 수석보좌관 에버레트 드럼라이트가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 “드럼라이트는 처음 대전 학살사건을 반대했었다”고 밝히고 “현장에서 미군소령이 학살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주한 미대사관 무관인 밥 에드워드 중령도 “서울 함락후 수주일내에 수천명의 정치범이 학살됐으며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위층으로부터 하달된 명령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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