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연정 후보로는 신임투표 통과불가이탈리아 집권 중도좌파 연립정권의 차기 총리 후보에 녹색당 출신인 줄리아노 아마토 재무장관이 지명됨에 따라 유럽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96년 총선에서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권력을 장악했던 중도좌파 연정 수뇌부가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9개 정당 소속이 아닌 녹색당 출신의 아마토를 내세운 것은 우파의 공격으로부터 연정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볼수 있다.
연정내 제 세력간의 분열이 극심해 이를 봉합하고 의회의 신임투표를 통과할 수 있는 후보로는 오히려 제 3자인 아마토가 최선이라는 데 연정 지도부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토는 총리 지명직후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 성장을 추진하되 불평등 해소에도 주력하겠다”면서 “좌파를 결속시킬 수 있는 집단 지도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아마토에 대한 신임투표가 부결될 경우에는 야당의 요구대로 즉각 조기총선 실시가 불가피하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세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조기 총선은 좌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좌파가 휩쓸고 있는 유럽에서 우파가 가장 손쉽게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2차대전후 57차례나 연정이 구성될 만큼 정파간의 이합집산이 심하고 정권 교체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우파들은 좌파들에 밀린 열세를 회복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우파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중도좌파 연립정권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로 가입에 따른 경제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정이 패배한 것도 북부 공업지역에 약속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규제완화, 연금 개혁등의 경제개혁 조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부 농촌지역에서는 노동자 5명중 1명이 실업자일 정도로 실업이 늘어나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향후 이탈리아 정국의 향배는 유로화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통화동맹(EMU) 회원국들은 이탈리아의 경제 개혁을 원하고 있지만 우파의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EMU의 개혁플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우파의 득세는 유로화의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한편 이탈리아는 내달 21일 차기 총선 규정 개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또한번 좌·우간의 대결이 예상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伊 야마토, '제3의 길' 신봉자
이탈리아 중도좌파 연정의 새 총리로 지명된 줄리아노 아마토(61) 재무장관은 ‘제3의 길’신봉자로 한때 사회주의자였으며 지난 1991-1992년 총리를 지냈다.
최근 미셸 캉드쉬 후임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아마토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책을 반대가 심하더라도 과감히 밀어붙여 관철시키는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1992년 4월 베티노 크락시 정권이 부패스캔들로 붕괴되기까지 10개월간 연정총리를 맡았으며, 당시 여러 각료들이 부패스캔들에 연루돼 줄줄이 낙마하는 상황속에서도 특유의 뚝심과 기민함으로 500억달러의 지출삭감, 추가 과세안을 의회에서 관철시켜 경제를 회복시켰다.
크락시와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깨끗한 몸가짐으로 도덕성에 전혀 흠집이 나지 않았다.
그가 이번에 총리에 지명된 배경의 하나도 이런 경력으로 미루어 11%대의 고실업과 두자릿수의 고인플레 등으로 시름에 쌓인 이탈리아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북부 공업도시 토리노 출신으로 토스카나에서 성장한 아마토는 법학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63년 콜럼비아 대학에서 비교법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한때 변호사생활을 했다.
귀국한후 로마 모데나 페루자 피렌체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1983년 정계에 진출, 한때 녹색당에 몸담았으나 지금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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