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들떠 있다. 그러나 이는 김정이 국방위원장이 ‘통일’을 위해 성사시켰다는 희열감으로 한국의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분명히 다르다.”최근 북한을 다녀온 외국기업인들은 한결같이 ‘평양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무역업을 하는 일본기업인 H(52)씨는 “남북정상회담합의발표 직후 평양에서 5일간 머물렀는데 북한 사람들이 매우 고무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아태평화위원회의 최고위 관계자와 만나 정상회담 전망을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실무접촉에 임할 것이며 정상회담에서도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외국기업인들은 그러나 곧 이산가족들이 대거 만나고, 한국기업들이 북한에 물밀듯 밀려가는 것처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투자를 모색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캐나다 교포 L(46)씨는 “당간부에게 ‘이렇게 가다가 중국처럼 시장경제가 본격 도입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그는 자신있게 ‘우리는 필요하면 언제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변한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도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고 있으며,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도 자신들의 전략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내에서는 실무회담 초기부터 미군철수나 보안법철폐 등의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 정부는 분위기에 들뜨지 말고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국민은 차분한 자세로 성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