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기업 인수·합병(M&A) 거간꾼’을 자임해온 월가의 큰손 골드만 삭스가 그 ‘황금빛’명성을 잃어가고 있다.골드만은 최근 3개월간 무려 110억 달러에 달하는 60건의 국제거래를 성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굵직한 계약들을 엮어주는데는 실패,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인터넷 그룹인 월드 온라인의 상장에 관한 건. 골드만이 공동주간사였던 이 회사는 지난달 17일 29억달러에 상장했으나 10일만에 주가가 반토막 나버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회사 회장인 니나 브링크(사진)가 소유지분 9.5%의 대부분을 상장 직전 매각했는데도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분노한 투자자들은 골드만 등에 대해 소송까지 가서라도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다.
골드만의 신뢰도 훼손은 여기서만 그친 게 아니라 일본 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즉 일본 대장성은 이같은 월드 온라인 건을 계기로 일본 기간통신망 업체인 일본전신전화(NTT)에 대한 정부 지분 매각에서 골드만 삭스를 배제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외신들이 20일 보도했다.
이 경우 골드만은 NTT 민영화에 대한 자문역을 상실, 스스로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된다.
일본 대장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골드만 삭스가 자문역으로 성사시킨 기업공개가 지금까지 4-5건 있었으나 판단력의 결여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골드만이 주도한 드레스드너 방크과 도이체 방크간의 300억달러 상당의 세계 최대은행 합병계획이 맞소송까지 가면서 무산됐다.
다음날인 6일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의 상장과 관련한 거래에서도 세가지나 망신살이 뻐쳤다.
당초 50억달러에 달했던 상장규모가 투자자들의 낮은 호응으로 29억달러로 축소됐고 미국내 로드쇼 기간에는 이 회사의 수단에 대한 투자에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 상장 몇주 전 뉴욕의 골드만 영업사원 4명이 83개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에게 몰래 e-메일을 보내 호객행위를 함으로써 미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식 제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골드만은 유럽에서 주가하락으로 2건의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는데, 라이코스 유럽은 3월 22일 거래 첫날 5.5%나 급락한 이후 계속 시들한 상태이다.
또 독일의 미디어 거물인 베텔스만이 소유하고있는 인터넷 자문회사인 픽셀파크는 스웨덴의 셀넷트워크 & 맨데이터를 23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으나 4월초 픽셀파크의 주가가 18% 이상 하락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골드만은 이밖에도 지난달 독일의 익소스 소프트웨어사가 자사 주식에 대한 위험경고를 하기 3주전에 이 회사에 대해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한뒤 비난이 잇따르자 “몰랐다”고 발뺌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쟁 투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들(골드만 삭스)은 결코 잘못하지 않는다는 자만에 빠져있다”면서 “이제 그들이 당하고 있는 상황은 인과응보”라고 말해 골드만의 아픈 곳을 꼬집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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